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01.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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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대학 때 꿈이 고향의 도서관장이었다. 올해 소박한 꿈을 이루면서 도서관에 출근하니, 20년 전 신규로 발령받아 도서관으로 첫 출근했을 때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정문을 지났을 때 2층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던 이용자, 그리고 직원들 모습이 오버랩 된다.

겨울이라 조금은 삭막한 우리 도서관을 어떻게 단장할까? 봄이 되면 도서관 마당에 꽃도 심고, 내부에도 작은 정원을 만들어야겠다. 2층에도 화사한 꽃으로 단장해서 ‘오고 싶은 도서관, 찾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어야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자료실을 거닐다 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시미즈 레이나 저)’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지중해 및 유럽, 아시아 등 세계의 대표적인 서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마치 도서관처럼 잘 꾸며진 서점의 내부를 화보집으로 보여주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영화에서 본 기억에 남는 서점으로는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런던의 서점과 영화 비포 선셋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9년만에 재회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생각난다. 이 책에도 소개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센강을 사이에 끼고 노트르담 대 성당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며 앙드레 지드, 스콧 피츠제럴드, 폴 발레리, 헤밍웨이 같은 대문호가 드나들던 공간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

런던의 돈트 북스는 책을 좋아하는 런던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으로 꼽히는 책방으로 나라별로 정리된 책장이 인상적이다. 그 나라의 소설, 전기, 안내서, 사진집, 요리책까지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책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오크나무 소재의 고급스러운 원목 책상과 책장이 아름답다. 식사와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브뤼셀의 쿡 앤 북은 부부변호사였던 이곳의 대표가 ‘언젠가 작은 레스토랑과 서점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꿈을 이야기했는데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다섯개의 레스토랑과 아홉개의 서적 판매코너가 혼재하는 공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특이하게도 극장을 개조한 서점이다. 의자가 놓여있던 양옆의 공간은 빼곡히 채워진 책장으로 멋지게 탈바꿈했다. 35만권이나 되는 책을 보유한 이곳은 영화에 나오는 멋진 풍경이다.

몇 년전 유럽 출장길에 들른 코펜하겐 왕립도서관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버랩 된다. 구 도서관의 엔틱함과 신 도서관의 모던함이 공존하던 그곳, 바다가 보이는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책을 보던 그 청년은 여전히 도서관에 다닐까?

‘그 나라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에 가며, 미래를 알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라’고 했다. 책은 인류의 보물이다. 책을 대하는 존경 어린 시선이 서점과 도서관을 아름답게 만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경의가 담뿍 담긴 그 말이 서점을, 도서관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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