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전이(Transfer of affect)
감정전이(Transfer of affect)
  • 양철기 <충북교육청 장학사·박사>
  • 승인 2014.01.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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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교육청 장학사·박사>

‘저 인간이 하는 것은 다 싫어. 어휴, 어머 저 인간 친절을 베풀고 있네. 진상….’

‘괜찮아, 평소에 잘하다가 오늘 왜 그래? 컨디션이 안 좋아? 조금 쉬다 와.’

위의 두 대화를 통해 사람간의 관계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스님이 미우면 가사도 싫어진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 보고 절한다.’라는 옛말이 위의 대화를 대변한다. 심리학적으로는 감정전이(Transfer of affect)현상이라 한다.

감정전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이 그와 관련된 것에까지 옮겨지는 현상으로, 어떤 사람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사물조차도 긍정적으로 경험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아내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처가 말뚝으로 전이될 수 있으며, 스님에 대한 미움이 가사에게 전이되며 증상이 심해지면 회색 혐오증이 생긴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일까, 감정적인 존재일까? 철학적, 심리학적인 논쟁을 떠나 경험적으로 인간은 전적으로 감정적인 존재이다. 다만 합리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대개 옳아서가 아니라 좋아서 찬성하고, 틀려서가 아니라 싫어서 반대한다.

일단의 학생들에게 “자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 가장 꼴 보기 싫은 사람 한명을 생각하세요.”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싫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그 사람이 ‘미소 지을 때’,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때’이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미소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친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대답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A사원이 상사에게 엄청 깨지고 복도에 나와 뒷담화를 하고 있을 때, 옆 사무실 미쓰리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그 상사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들어주는 친절을 보이고 있다. 미소와 친절은 절대로 나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A사원에게서 그 상사의 ‘미소’와 ‘친절’은 가장 가증스러운, 부정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심리학자 이민규 박사는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감정적인 존재로,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판단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감정전이 현상이 대인관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웃음이 두 달 동안 멈추지 않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학교 교실에서 터진 웃음이, 마을 주민 전체가 웃음을 그치지 못한 것으로 되었다. 한 사람이 그치면,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고 또 웃음이 터지고…. 이와 같이 감정전이는 대인간에도 순식간에 퍼진다. 선거에서 한 후보의 정책, 공약 등에 대한 판단보다는 그 후보가 싫으면 모든 것이 싫은 것이다. 반대로 좋으면 그냥 찍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감정전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 능력을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감정이 전이되어 그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가? 간단하다. 상호성의 원리에 따르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면 된다.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지금 옆에 있는 동료, 부하, 상사에게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봐라. 다만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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