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밫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 갑오년 첫날, 멀리 산등선을 타고 오르는 붉은 해에 소박한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산등을 밝히며 찾아오는 여명에 모두가 환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떠오르는 태양의 움직임은 그 자체가 자연이었습니다. 스스로 서고, 스스로 소리 내고, 스스로 곧추세우는 나무와 새와 숲처럼 그런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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