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의미
12월의 의미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12.30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이창옥 <수필가>

어느 사이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을 훌쩍 넘기고 12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어머 벌써” 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들어내 본들 시간은 단 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불변의 법칙으로 흐른다. 그 불변의 법칙을 따라 어느새 지천명의 문턱을 넘었다. 덩그러니 한 장남은 달력은 가벼움 때문인지 아니면 일 년을 살아낸 안도감인지 문을 여닫는 엷은 바람에도 일렁인다. 달력을 바라보며 지나간 날들을 속절없이 헤아리며 사라져간 시간의 흔적에 나도 마음이 일렁인다.

얼마 전 남편은 가족 송년회를 이야기하며 일 년 동안 무탈하게 살아온 아이들과 우리부부가 대견하니 서로에게 상을 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처음에는 가족끼리 어떻게 상을 주고 받을 수 있냐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기발한 생각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까지는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보쌈이나 족발을 배달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해를 배웅했다. 그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늘 허전 했다. 남편도 그러했던 모양이다. 아이들과 내가 흔쾌히 좋다고 박수를 치니 남편은 마음이 바빠지는 모양이었다. 이왕이면 상장도 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생각을 모아 만들어 보라했다. 덩달아 아이들도 제 아빠 성화에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듯 했다. 작은 딸은 한술 더 떠 부상은 금 돼지로 해달라고 제 아빠를 졸랐다.

늘 그러했듯 해마다 12월이 되면 시간이 빠르다고 아쉬워만 했었다, 연초에 거창하게 설계한 꿈은 물거품이 되기 다반사여서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나 버렸다. 하지만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은 12월의 의미가 달라질 것 같다. 일 년 동안 사고 없이 무탈하게 제 할일하며 보낸 아이들과 남편이 많이 고맙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소망을 이룬 셈이다. 남편과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이정도면 가족끼리 서로를 바라보며 상을 줄 자격과 받을 자격이 충분한데도 그동안 왜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나 싶다. 어쩌면 가족이란 허물없는 관계 때문에 믿어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며 살아온 내 이기심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 아이들과 내가 남편에게, 아이들과 남편이 나에게, 남편과 내가 아이들이 일 년 동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며 상장과 부상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만약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진정 서로를 바라보며 이해하는 통로가 부족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무늬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각자가 많이 쓸쓸해하며 12월 마지막 날을 보냈을 것이다. 새삼스레 남편의 두 어깨가 넓은 것 같고 든든해 보여 꼭 안아 보고 싶다.

지금 남편은 작은아이 바람대로 금 돼지 네 마리를 준비해 놓고 12월 마지막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앞으로 우리가족은 서로를 칭찬하고 보듬어주며 상을 주고받는 12월의 가족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사람들에게 12월은 어떤 의미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