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 김학봉 <청주 개신초등학교장>
  • 승인 2013.1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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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학봉 <청주 개신초등학교장>

11년 전, 영재교육을 담당한 각 시·도 전문직과 함께 미국으로 10박 11일 연수를 다녀 온 적이 있다. 인디애나를 비롯한 미국의 영재교육기관을 둘러보았다. 교육시설과 환경이 아주 훌륭했고, 내실있는 영재교육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영재학생의 수보다 교사의 수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체계적인 영재교육프로그램으로 각 분야의 영재들을 육성해 오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일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육이 견인차역할을 해 온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교직에 몸담고 수십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반성과 더불어 부끄럽기도 하다. 누군가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인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물었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말문이 막힌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자국의 교육계가 분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이나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구열, 미국에 제일 많은 학생을 유학시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나라는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이란 작은 나라가 이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교육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세계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상위권을 석권하고,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우리 교육의 저력에 혀를 내두르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 과학, 읽기 능력이 아주 우수한 것은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사상과 학부모 교육열’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한달 100만원의 사교육비 부담, 학생들의 수면시간 부족(하루 4시간)을 꼬집으면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교과서와 시험위주라고 비판했다.

교육은 국가지백년대계(國家之百年大計)다. 교육은 개인과 집단, 사회와 국가 발전의 초석이다. 달라져야 한다. 교육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우리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식교육, 교실붕괴, 학교폭력, 왕따문제, 체벌문제, 사교육비 문제, 비행청소년 문제, 교원평가제 등 교육에 관한 이슈는 연일 끊이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교육을 칭찬한다고 하여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교육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문제이긴 하나 개선의지를 갖고 국민과 소통하며 뜻을 함께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며,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점진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꿈을 찾는 기회를 더욱 많이 제공하며, 열정과 창의력을 자극시켜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만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누군가 우리에게 한국 교육의 남다른 우수성을 물었을 때 말문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교육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가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가올 미래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길러내고 있는지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교육자는 물론이요, 국민모두가 뜻과 힘을 더욱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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