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남은 12월
며칠 남은 12월
  • 강상무 <청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13.12.25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강상무 <청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소설 상도(商道)는 지난 가을 타계한 당대의 문필가 최인호 선생의 작품이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을 주인공으로 한 상도는 출간 7개월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고 10년 동안 총 누적 판매부수 350만 부를 기록한 최인호 선생의 역작(力作)이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였고, 임종에 즈음하여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조선 후기를 풍미한 거상답게, 물과 같은 재물을 혼자 독점하려 하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가지고, 사람이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멸을 맞는다는 삶의 이치를 후손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소설 상도에는 임상옥이 가지고 있었다는 계영배(戒盈杯)가 등장한다.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내용물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잔의 이름이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담긴 계영배는 과욕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욕심 많은 우리들에게 던져 준다. 가득 채우면 오히려 없어져 버리는 계영배의 진실, 공자도 계영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좌지기(有坐之器)’를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 12월은 아쉬움이 많은 시기이다. 어떤 계획은 시작조차 못하고 마음 속에 묵혀 둔 채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한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원하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이나 월급 생활을 하는 회사원들 아니면 자영업을 하는 사업가이든 가정 살림을 꾸려온 주부이든 간에 모두들 한 장의 달력에 며칠 남지 않은 마지막 주를 지켜보며 지난 날들을 반추해 보는 시간들을 보낼 것이다.

능력은 유한하고 세월도 나의 편이 아니라 해서, 어차피 이루지 못할 테니 차라리 무계획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을 것이다. 완벽히 이루지 못하리라는 지레짐작으로 처음부터 생활 계획을 세우지 아니하는 것은 어리석다.

필자는 두 번에 걸친 노력으로 20여 년 째 금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금연 이후 8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지만 이듬해 1월 1일 과감히 금연을 선언하고는 지금까지 실천해 오고 있다. 만일 첫 번째 금연이 실패 했다고 해서 다시 금연 계획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지금껏 후회하며 자책의 날들을 보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기에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삶속에서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움켜지면 손안에서 빠져나가는 물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삶의 목표라 해도 알맞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내년 12월 이맘때쯤에는 놓친 일보다 이룬 계획이 더 많아 행복한 사람, 독자 여러분 모두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나치면 모든 것을 잃는 계영배(戒盈杯)의 교훈을 되새겨 새해에는 과욕을 삼가되 적절한 계획으로 보람을 얻는 갑오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수래(空手來)하였으나 만수유(滿手有)하였으니 공수거(空手去)하리라’고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계사년이 저물고 갑오년 새해가 다가온다. 희망의 정초(正初), 새날이 기다려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