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
  • 김훈일 <신부·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 승인 2013.12.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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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성탄절 특집칼럼

김훈일 <신부·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Christ’와 가톨릭의 미사를 일컫는 ‘mass’가 결합된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세상에 평화를 주시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구세주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들에게 성탄절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날이기도 하다.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 보다 더 유명해진 산타클로스는 가톨릭교회의 초창기 주교였던 니콜라우스 성인(270-341년경)의 삶에서 유래한다. 성 니콜라우스(Nicolaus)는 소아시아 리키아 지방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후에 미라의 주교가 됐다. 그의 생애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주교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성인의 자선활동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어느 가난한 세 처녀에 관한 것이다. 처녀들의 부친이 딸들의 지참금 문제에 얽혀 사랑스런 딸들을 매춘부로 넘겨야 할 곤경에 처했음을 알고, 니콜라우스는 세번에 걸쳐 그 집에 금이 든 자루 세개를 몰래 넣어 주었고, 마침내 이 세 자매는 정당하게 혼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어린이들과 죄수들 그리고 뱃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오늘날도 공경하고 있다.

그런데 니콜라우스 성인이 산타크로스로 불리게 된 데는 미국에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서다. AD 17세기경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은 산테 클라스라고 불렀고, 이 발음이 그대로 영어화되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로 변하게 된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는 것은 독일의 신인 토르(Thor)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신은 겨울에 크랙커와 그나셜이라 부르는 염소들이 끄는 마차로 유울 로그(Yule Log·큰 장작)를 싣고 달렸다고 한다. 이것은 니콜라우스 성인을 토착화시킨 형태이다. 사실 니콜라우스 성인은 추운지방에 가본적도 없다. 산타클로스의 옷과 모자가 붉은 색인 것은 가톨릭교회의 주교 옷과 모자가 진홍색인 것에서 유래하지만 지금과 같이 익살스런 이미지는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고 니콜라우스 성인처럼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의 삶을 실천하는 성탄절이 현대에 와서 너무나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 성당보다 백화점에서 더 화려하게 성탄절을 홍보하는 세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성탄절에는 세상의 평화와 자신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자선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시간은 유흥을 즐기고, 재물은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데 쓰고 있다.

낮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더 많은 부와 권력과 쾌락을 얻기 위해 나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다보면 인격을 상실하기가 쉽다. 세상을 온통 경쟁과 쟁취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 한해를 돌아보며 나보다 낮은 곳을 바라보자. 거기에서 나의 욕심 때문에 상처받고 나의 이기심 때문에 괴로움에 빠진 이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갈등과 아픔과 서러움이 나의 무관심과 욕심 때문이었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이웃을 향해 선행을 실천할 때 그곳에서 인격을 갖추고 인간이 되신 구세주를 만날 수 있다.

성탄절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다. 평화는 정의와 사랑의 열매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더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사랑이 넘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에 평화가 온다. 성탄절에 방탕과 사치가 있는 곳이 아니라 감사와 기쁨과 사랑이 있는 곳에 머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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