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감정수업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3.12.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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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나는 감정 표현에 참 서툰 사람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혹은 행복하다, 슬프다 등등 명확하게 내 감정을 이야기한 기억이 없다. 또한 그렇게 내 감정에 충실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배운 기억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어릴 적에는 감정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좋아도 그렇지 않은 척, 힘이 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슬퍼도 기쁜 척, 아파도 그렇지 않은 척 이렇게 살다 보니 얼굴에 표정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얼굴이 점점 쇼윈도 속의 무표정한 마네킹처럼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 내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마음을 두드린다. 유행처럼 출판되고 있는 인문학 책들은 어서 나 자신과 마주하고 당당한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인문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인식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이제껏 인문학이 어려웠나 보다. 그래서 더 친해지고 싶지만 가까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도서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 2013)’은 이런 나 자신의 도화선과 같았다. 날카롭고 직설적이지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나를 마주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준다. 우선 인간이 느끼는 48가지의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설명한다. 말로 표현하기 늘 어려운 사랑, 박애, 호의, 환의 등등 가끔은 혼돈하여 쓰기도 했던 감정 용어들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알려준다. 게다가 각 감정용어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가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각 감정에 대한 고전 소설 속 이야기와 결부시켜 감정에 대하여 말해준다. 우리는 그런 다양한 감정을 두루뭉술하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 하고 흘려보내 버린 것이 아닐까? 회환과 후회가 다르고, 환희와 열광이 다르고 연민과 동정이 다르고, 겸손과 공손이 다른데 말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느끼는 감정과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첫걸음이며, 이 첫걸음을 떼게 해준 역할을 한 것은 이 책일 것이다.

작가는 나 자신에게 좋은 것(Good)과 나쁜 것(Bad)을 선택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선한 것(Good)과 악한 것(Evil)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선택에 대한 연습과 감정에 대한 솔직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로서 바로 서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커플 사이에서도 무소유의 원칙과 사랑의 원리가 희석되고 있는 불행한 시대라며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어주는 것조차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제껏 합리적이고 쿨함으로 위장했던 많은 행동이 근본적으로는 내 것을 지키겠다는 강한 소유의지였던 것이다. 그 속에 있던 감정은 애써 무시하거나 알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내 안에 있던 감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살아야겠다. 내가 가진 48가지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고, 배우지 않았는가. 이제 감정을 이야기하고 수줍게라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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