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가로등
  •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13.12.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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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는 연말 송년회나 망년회에서 좋은 사람들 끼리 모였을 때 자주 부르는 ‘사랑으로’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그동안의 고마운 마음을 서로 안아주고, 새해를 기다리며 소망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랫말 중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라는 대목에서는 사뭇 비장한 마음으로 목청을 다해 부른다. 캄캄한 밤을 밝히는 가로등 같은 사람이되어야 겠다는 다짐 때문이리라.

가로등은 매일 밤 어두운 도로나 보도에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 확보를 통한 사고예방 및 범죄예방을 위해 길가에 높게 설치되어 빛을 비추는 등불을 말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가로등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에 조명을 설치한 구체적인 기록은 9~10세기에서 아랍 제국이 최초이다. 그리고 유명한 발명가 벤자민 프랭클린에 의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처음으로 일반화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897년에 서울시에 설치된 가로등이 최초의 가로등이었다.

가로등은 보행자나 차량의 추돌 위험을 크게 줄여주고 교차로에서의 사고를 방지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누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과 천체 관측 방해, 식물의 광합성 작용 혼란, 곤충들의 이상행동 등 광공해(Light Pollution)를 일으킨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최근 광공해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가로등의 설치를 자제하고 있는 추세이다.

가로등이 생활 속에 직접 들어오게된 사연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정치가로 피뢰침, 다초점 렌즈 등을 발명한 발명가로 유명하다. 특히 100달러 지폐의 모델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은 위인이다.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마을의 거리가 너무 어두워 행인들의 왕래에 불편을 느끼는 것을 보고 등을 하나 구입해 문밖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동네사람들이 프랭클린 집 앞에서 길을 비추고 있는 따뜻한 등불을 보고, 점차 그 등불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 집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길바닥에 솟아오른 돌멩이와 물웅덩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등불을 자기 집 앞에 내놓기 시작했고 결국 필라델피아는 가로등으로 온 거리를 환하게 만든 첫 번째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온 마을을 환하게 비추고,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실화로 우리 가슴에 감동을 준다. 엄청난 발명을 해서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도 있겠지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작은 나눔이 큰 사랑의 물결로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연말연시가 되길 소망해 본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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