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름다운 중년
그래서 아름다운 중년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3.12.1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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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예쁜 꽃이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어김없이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멀리했다. 어디 카메라뿐인가 거울을 보는 것도 두렵다.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살이 쪄서 허리는 고무 튜브를 둘러놓은 듯 하고 머리는 염색을 시작했고 노안이 와서 안경은 다촛점 렌즈로 바꿨다. 수 십 년 간 한쪽으로만 자는 습관으로 인해 왼쪽 뺨에 깊숙이 자리한 팔자 주름은 날 우울하게 한다.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최고로 아름답지 ” 말하고서도 인터넷 창에 ‘보톡스 주사’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서글퍼진다.

아이들은 다 커서 이제 내 손길이 필요 없게 되었고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얼굴보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어 노후 대책을 해 놓은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요즈음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베인브리지의『중년의 발견』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위안을 얻는 것을 넘어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에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의 중년기는 다른 생물종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노년기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성적 독특한 과정이 중년기에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인간이 맞이한 중년은 수 백년 간 진화하여 만들어낸 값진 시간인 것이다.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번식 활동이 끝난 다음에도 40세 이상을 살 수 있는 중년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인데 그 임무는 자식을 부양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오랜 성장기를 갖는다. 그래서 천천히 자라는 자식을 부양하는 것이 중년이 떠안은 과제이자 존재이유다. 그러기에 중년에 접어들면 흰머리가 생기고 주름이 늘고 피부에 탄력을 잃는 것도 생식의 의무가 아닌 부양의 의무를 다하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외모의 매력이 줄어든 대신 지혜롭고 여유로운 중년으로 탄생한다는 얘기다.

또한 중년은 인지력이 가장 뛰어난다고 한다. 중년의 뇌는 구술능력과 공간 인식능력, 계산과 추리력 계획 세우기에서 청년기의 뇌를 앞선다는 것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동안 질투를 느꼈던 청년들보다 더 뛰어난 뇌를 가졌다하니 이 또한 행운이라고 아니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는 중년기에 느끼고 고민하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과학적 증거를 들어 풀어내 주고 있다. 폐경기의 여성의 감정, 중년의 성 등 이 모든 것들이 막연히 우리가 모르고 느꼈던 기우였음을 과학적 증거를 들어 알려준다. 나처럼 중년의 위기의식을 느끼거나 괜히 중년이 서글퍼진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중년은 40대~60대 까지라고 한다. 이 많은 시간을 중년으로 보내야 한다. 이제 나는 중년의 한가운데 와 있다. 이제라도 중년을 재발견하게 되었으니 마음을 바꿔 행복한 중년을 누리고 싶다. “그래서 중년은 행운이야~~ 그러니까 중년은 최고로 좋은 시간이야~~ 그러므로 중년은 행복하다”라는 말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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