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없는 밝고 건전한 직장 만들기
성희롱 없는 밝고 건전한 직장 만들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12.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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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영상 <충북도여성정책관실 주무관>

“유양! 머리모양 바꿨네? 실연 당했는 모양이지?” 느끼한 미소와 함께 “오늘아침 얼굴이 왜그래 어젯밤에 뭐했어?” 공직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옆에 있던 동료들이 흔히 내게 던졌던 말들이다.

별반 불쾌감도 없었고 그저 웃음으로 무마해 버릴 수 있었던 표현들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해 고마운 생각마저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여직원에게 던지는 남직원도 없을 뿐더러 나 또한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거 성희롱 아니예요?”하고 눈을 흘겼을지 모른다.

나는 교육 효과를 맹신한다. 교육은 모르는 것을 알게 할 뿐더러 나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성희롱 예방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흔히 성희롱이라 하면 상대방에 의해 성적 굴욕감을 느낄 때만이 성희롱인 줄 알았지만, 상대방이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굴욕감을 느끼거나 불쾌감을 느끼면 성희롱에 해당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을 받아본 직원이라면 어느 순간 동료여직원이 성희롱 가해자라고 신고하는 황당함은 경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공기관은 여성발전 기본법에 의거 해마다 1회이상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고 나온 남직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 이거 이제 여직원들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어” 하지만 이것은 교육의 핵심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의 핵심은 ‘배려’이다. 말 한마디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친밀감으로 행해지는 작은 신체 접촉도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잊는다. 그래서 자주 교육에 접해야 한다. 잊음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얼마전 회의 때 성폭력 수감자가 평생동안 성폭력예방교육을 접해본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상담소장님이 생각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있는가. 가끔은 혜택 받은 일이라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할라치면 직원에게 억지로 코를 꿰어 끌고 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몸에 좋은 보약을 먹이려고 어린아이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는 느낌일 때가 많다. 물론 본연의 과중한 업무에 쫒기다 보면 본의 아니게 교육을 외면할 때도 있지만 어찌보면 잠깐의 희생(?)이 동료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음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충북도는 성희롱 방지조치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전국 공공기관 1만5000여 기관중 단 6개 기관만을 선정하였는데 광역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우리도가 선정되었다는 것에 그 의미를 더한다.

성희롱 방지조치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 모든 기관이 연 1회 의무적인 교육을 한다는 데는 차별성이 없으나 실효성있는 예방교육의 노력과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높은 평가를 받은 듯 하다.

성희롱 방지업무 담당자로서는 그보다 영광스러운 일이 없겠지만 자축하기엔 이른듯 하다.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전직원을 참여시키는 일, 또한 교육을 통해 성희롱의 근저에 뿌리깊은 불평등의식을 조금씩 개선 시켜 나가는 일 등 결국에는 모든 직원이 성희롱으로부터 자유롭고 건전한 직장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지만 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리 기관이 성희롱 방지조치 우수기관이 된 만큼 내 동료, 내 상사가 성희롱예방에 있어서는 전국 최우수 직원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일하는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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