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결혼식
  •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 승인 2013.11.27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청주카리타스노인요양원 원장>

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진흙을 빚어 남자인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갈비뼈를 취하시여 여자인 하와를 만드셨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는 본래 한 몸이며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자신의 반려자는 태어날 때부터 짝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을 확신하고 책임질 수 있는 때가 되면 세상의 많은 남녀 가운데 자신의 반려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최종선언이 바로 결혼식이다. 결혼식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선택을 알리고 인정받고 서약하는 거룩한 예식인 것이다.

현대 한국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서양의 결혼 풍습을 따르고 있다. 그 풍습의 유래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신랑이 신부의 오른쪽에 서는 관습은 게르만족의 풍습에서 유래했는데, 납치해온 신부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처녀를 납치할 때 번쩍 들고 뛰던 것이 신랑이 신부를 번쩍 안고 신혼집으로 들어가는 풍습으로 남았다고 한다.

결혼식에 교환하는 반지는 동그랗게 생겼는데, 그것은 원이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결혼반지가 원래 야만인들이 신부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집에 묶어두기 위해 사용하던 족쇄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로마의 반지에는 조그마한 열쇠가 붙어 있는데, 아내가 남편재산의 절반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반지를 약지에 끼는 것은 그리스 시대 때부터인데 그들은 3번째 손가락에 “사랑의 핏줄”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부케를 던지는 것은 농경사회에서 결혼식 날 밀을 뿌려주는 관습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결혼식장에서 울려 퍼지는 멜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1858년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와 프러시아의 윌리엄 왕자가 결혼할 때 처음 연주 되었는데, 빅토리아 공주가 이 곡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축복 속에 결혼을 올릴 수 없는 가련한 연인들의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결혼식으로 유명한 고장도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분계선인 사크 강의 바로 북쪽에 있는 그레트나그린이라는 마을이다. 1754년 잉글랜드의 혼인법이 바뀌는 바람에 급히 결혼식을 올리고자 하는 영국인 남녀들은 스코틀랜드의 그레트나그린이라는 마을로 갔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법은 남녀가 증인들 앞에서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만 하면 결혼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레트나그린에서 결혼식은 누구나 집전할 수 있었다. 법적 제약도 부모의 반대도 넘어서서 오직 사랑만으로 결혼식을 올리려는 청춘남녀들의 사랑의 도피처가 이 마을이었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 결혼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그레트나그린과 같이 주례자가 없는 결혼식이 유행한다고 한다. 주례자를 섭외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딱딱한 주례사를 듣는 대신 즐겁고 흥겨운 결혼식을 위해 많은 예비부부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에서 이런 결혼식을 보면 이벤트 행사장에 온 느낌이다. 남녀 간의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사랑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두르게 되고 그 속에서 꽃피고 자라게 되는데 이는 주변의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부부사랑의 결실인 자녀의 양육은 부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험난한 세상을 함께 살고자 약속하는 결혼식장에서부터 진지하고 정숙해야 하는데 결혼을 이벤트로 착각하지는 않는가 생각된다.

우리사회의 이혼율이 너무 높다. 많은 가정이 깨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자녀들이 자라고 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인간의 행복은 가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모두 세상의 모든 가정이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행복해 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