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주저말고 과감히 도려내라
충북경찰, 주저말고 과감히 도려내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3.10.3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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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숱이 이렇게 많이 빠진 줄 몰랐다.”

홍성삼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최근 잇따른 총경급 간부들의 성추문으로 대한민국 경찰 얼굴에 ‘먹칠’을 한 충북경찰의 수장으로서 그간 겪은 심적고통의 강도를 머리숱과 비교한 것이다.

머리카락이 빠질 만도 하다.

국정감사 때 기강해이에 따른 내부비리로 의원들에게 혼쭐이 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충북경찰청 과장이 의경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까닭이다.

자정결의대회, 금주령, 청장주재 저녁회의. 충북경찰이 부랴부랴 내놓은 복무기강 대책이다.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꺼내는 단골메뉴에 불과하다.

홍 청장과 충북경찰이 거듭 고심 끝에 내놓은 것치고는 구태의연하고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탓에 가는 실만큼의 감흥조차 느낄 수 없었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보여주기식 대책 말고 과감한 개혁의 칼을 뽑았어야 했다.

경찰 기능 가운데 ‘정보’라는 ‘현미경’을 통해 내부를 진단하고, ‘감찰’이라는 ‘메스’를 들어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실질적 해법 같은 것 말이다.

밑바닥 소소한 얘깃거리부터 고급 정보까지 샅샅이 훑어오는 정보기능을 통해 내부비리 수집에 접근한다면 환부는 금방 찾는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으로, 업무 특성상 비위에 얽힐 개연성이 다분한 부서와 직원에 대해선 감찰기능을 확대·투입해 미리 ‘문제의 싹’을 잘라버리면 된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 충북경찰의 집안 단속은 수동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총경은 경정 때부터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해 말썽을 빚었고, 여성 앞에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개인사로 치부해버리는 충북 경찰의 해명이 비겁한 이유다.

현재도 일부 총경에 대한 추문이 돌고 있지만, 충북 경찰은 관조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한 총경은 지역 인사들과의 유착설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총경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운영하는 병원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경찰만 모르는 듯하다.

다른 총경은 수년간 한 여경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탓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등의 추문이 돌고 있다. 처신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고위 간부가 특정 직원을, 그것도 여경을 편애한 점에서 추문의 진위를 떠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고질적 병폐는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한다.

경찰 스스로 현미경을 통해 내부 곳곳을 관찰해야 한다.

암세포가 보이면 과감히 메스를 들어 도려내야 한다. 충북 경찰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밑바닥까지 추락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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