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10.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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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우리는 흔히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그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란 것은 뭘까? 인품이 훌륭한 사람보다는 어느 순간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자동차가 있고 어느 정도 취미생활이 가능한 재력을 가진 안정적 직장을 가진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도서는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사계절)이다. 제목에서 내용이 딱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비정규직의 이야기다.

어린이들에게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아이들만은 밝고 건강하게 꿈꾸게 하며 키우고 싶기에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커서 알아도 돼. 라면서 넘어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사회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것이 맞는 거 같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과거의 어른들이 잘못하는 일은 바로잡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알려 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우리 이웃의 많은 비정규직 일감을 가지고 일하는 일곱 가족의 이야기다.

병원 검진을 받아보니 눈도 나쁘고 쉬어야 한다고 하지만 전염병이 없다는 것에 기뻐하며 다시 일하러 간 병원 할머니. 딸 아이의 운동회에 가려고 했지만, 수업을 떠맡는 바람에 갈 수 없게 된 강사 엄마.

마트에서 힘들게 서서 일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계산원 언니. 노래를 부르고 싶었으나 예산절감을 이유로 잘려버린 오페라 가수 이모.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유소 점원밖에 할 수 없는 할아버지. 편의점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힘들게 공부하는 대학생 형. 흔하게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 것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우리의 삶과 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우리는 인간이다.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다 같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함께하는 사회가 어서 왔으면 싶다.

어린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또 일부 몰지각한 비정규직 일을 갖고 있다 하여 무시하고 낮게 보는 소수의 생각 없는 어른들이 읽으며 우리는 다 같은 노동자이며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슬픈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책 자체가 어린이와 함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일기나 동화로 짧게 구성되어 있고, 군데군데 재미있는 유쾌한 꽁트도 보인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답답했던 것은 사회에 대한 반성을 다시 하게 만드는 이 책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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