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 클로버
네 잎 클로버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3.10.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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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

작은방을 정리하다 중학교 때 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쉬면서 일기장을 펼쳤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전경이 있는 낡은 공책이었다. 펜으로 쓴 글씨가 왠지 균형이 덜 잡혀 어설프다. 그때는 볼펜도 없어 펜에 잉크를 찍어 글씨를 쓰던 때였으니 그럴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벌써 반세기 전이니까.

몇 장을 읽으니 넘길 때마다 옛 시절이 새롭게 투영되었다. 동생이 독사에게 물려 여행비를 내고 여행 가지 않은 것, 십리가 넘는 시골길을 걸어 귀가하다 여름 소나기를 만난일, 시골길을 걸으며 단어장을 들고 영어단어 외우던 일들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몇 장을 더 넘겨보니 누렇게 빛바랜 일기장 속에 네 잎 클로버 두 장이 끼워져 있었다. 아마 중학교 정원인 ‘희망원’ 동산에서 찾은 것 같았다. 50년이 거의 되었으니 클로버도 색깔이 칙칙하게 변해 있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유년시절에 토끼풀이 있는 곳이면 한 번쯤 눈을 그곳으로 돌려 찾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길을 가다 길옆에 클로버 무리가 보이면 허리를 굽혀 찾아보기도 했었다. 그 풀을 찾아 무엇하러 그렇게 했던지….

지난번에는 아침산책을 하다 예술의 전당을 지나는 길에 고개를 숙이고 풀밭에서 무엇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이웃에 사는 여학교 선배였다. 나무 심은 그곳에는 클로버가 한 곳에 자리 잡아 자라고 있었다. 선배는 벌써 몇 장을 찾아 손에 들고 있었다. 나도 그 옆에 얼른 쪼그리고 앉아 클로버가 있는 그곳으로 눈길을 옮겼다. 한참 고개를 숙이고 세 장을 찾아 집으로 돌아와 책 속에 넣어 꽃 누름을 했다.

클로버는 보통 잎사귀가 석 장인 것이 정상이다. 가끔 넉 장, 다섯 장도 있긴 한데 기형인 셈이다. 그런데 그 기형인 네 잎 클로버가 유난히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설처럼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네 잎 클로버의 유래는 나폴레옹과 관계가 깊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풀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그것을 따려 허리를 굽힌 순간 총알이 자신의 머리 위쪽으로 지나가 목숨을 건져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지니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학창시절 점심시간에는 클로버 풀밭을 헤매며 열심히 찾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먼저 찾은 사람이 있으면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가 한번 보고 신기하여 어쩔 줄 모르던 일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그 행복을 마구 밟으며 행운을 찾기 위해 많은 안간힘을 다한다. 행복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행운도 함께 올 수 있는 것을 알면서 행운만 찾으려 애를 쓴다. 우리 인생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네 잎 클로버 첫 번째 잎사귀 ‘희망’,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행복’, 네 번째 ‘행운’이다.

클로버에는 그 꽃잎처럼 푸르렀던 소녀 시절의 꿈이 담겨 있다. 학창시절 마음으로 다짐했던 어설픈 사연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펼쳐보니 소박했던 모습 그대로가 있어 감회가 깊다. 그 시절의 다짐이 클로버의 행운으로 인해 지금처럼 펼쳐졌을까.

어린 시절의 자연은 내 놀이터였고 배움터였다. 때묻지 않았던 네 잎 클로버의 꽃말처럼 현재의 삶을 감사하게 사는 것이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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