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닮고 싶어 자연 담은 작품 만든다
자연 닮고 싶어 자연 담은 작품 만든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3.10.17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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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교사 구성 천연염색 동아리 '섬섬옥수'
판매 수익금 해마다 학생 5명씩 장학금 지급

새달 18~24일 진천공예마을서 연합전시회도

인간의 삶은 자연에서 모든 것을 빌려다 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 인간의 것이 아닌 자연의 것이다.

천연의 색도 자연에서 잠시 얻어다 쓰고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 어떤 색상을 물들여 오랜 세월 사용하면 인간이 나이를 먹듯 낡고 퇴색하다 결국은 본래의 백색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천연의 색은 자연의 순환적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한다.

천연염색은 답답할 만큼 느리고 더디고 번거롭다. 짧은 시간 결과물을 얻는 화학재료와는 다른 은은함이 있다.

충북 교사들로 구성된 천연염색 동아리 섬섬옥수(회장 김필례)는 자연을 닮고 싶어 자연을 담은 작품을 만든다.

지난 2006년 12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에는 7년이 지난 현재 1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천연염색 작업은 섬섬옥수 동아리 회장인 김필례 교사(청주중앙중학교)의 작업장이 있는 진천 공예마을에서 진행된다.

대학원에서 천연염색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필례 회장은 지난 2006년 천연염색이 정서적 순화와 인성 함양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교사들에게 보급할 마음으로 동아리를 창단했다.

김필례 회장은 천연염색을 수업시간에 체험 활동으로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의도하지 않은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느끼는 희열감과 자신감, 성취감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김 회장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천연염색 연수를 실시해 그동안 700여 명이 연수를 받았다.

매주 토요일 회원들은 진천 공예마을에 모여 작업을 한다. 쑥, 애기똥풀, 감잎, 쪽, 치자, 포도, 밤 껍질, 양파 껍질, 커피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에서 나는 물질이 염색의 재료가 된다.

김필례 회장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염색 체험을 해보면 아이들의 눈이 빛나고 능동적으로 변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작품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며 “염색을 하며 학생들이 자연에서 얻고 자연에 되돌려 주는 자연순환의 원리처럼 기다려 줄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섬섬옥수 동아리는 개인 작업 외에 특별 체험 활동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적응 청소년과 함께하는 천연염색 체험’과 진천공예마을에 설치된 10m 높이에 망원경을 설치해 별을 보며 염색을 할 수 있는 ‘별빛과 함께 하는 천연염색’을 운영하고 있다.

이필선 씨(전 청주증안초 교사)는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염료를 섞은 물에 천을 담그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줄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염색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섬섬옥수 동아리 회원들이 만든 작품은 스카프부터 넥타이, 가방, 숄, 생활한복, 손수건 등 다양하다. 회원 작품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어렵게 학업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섬섬옥수 동아리는 3년 전부터 장학생 5명씩 선발해 판매 수익금으로 조성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섬섬옥수 동아리는 매년 회원들이 만든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충북학생교육문화원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다음 달 18일부터 24일까지 진천공예마을에서 천연염색 연수를 받은 교사들과 회원들의 연합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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