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기대되는 이유
11월이 기대되는 이유
  • 김민주 교사 (충북과학고)
  • 승인 2013.10.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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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민주 교사 (충북과학고)

사람들은 누구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오로라를 꼭 보고 싶으며, 서울에서 한강을 배경으로 열리는 불꽃축제에 꼭 참석하고 싶다. 또한,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고 싶고, 개기일식이 열리는 곳에 가서 우주의 신비를 느껴보고 싶다.

올 11월에는 필자의 개인적인 소원을 어쩌면 이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금세기 최고의 밝기를 가지는 아이손(ISON)혜성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손 혜성은 지난해 9월‘국제과학광학네트워크(ISON)’라 이르는 국제 공동 천문 연구팀에서 발견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이 혜성은 1680년 11월 ‘뉴턴의 혜성’으로 알려진 엄청난 밝기의 혜성과 비교될 만큼 밝게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혜성이 다른 천체보다 밝은 이유는 혜성의 핵인 ‘코마(coma)’ 때문이다. 코마는 먼지와 얼음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으로 가까이 오면서 태양풍에 의해 먼지와 가스들을 방출하게 된다. 이 방출된 먼지와 가스들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빛을 내는 것들이 많아서 다른 천체들보다 밝게 보이는 것이다. 아이손 혜성의 코마의 크기는 약 400m~2km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핼리 혜성의 코마 지름은 약 20km 정도이다. 그럼에도 천문학자들이 아이손 혜성이 더욱 밝을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태양과의 거리 때문이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1AU라고 표현하는데 아이손 혜성은 0.012AU 정도의 거리를 지나간다. 이는 지구의 지름이 1만2800km라고 했을 때 약 86배 정도 되는 거리이다. 이는 우주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속한다. 참고로 1680년에 지나간 뉴턴의 혜성은 태양에서 0.006AU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 아이손 혜성은 아마도 한낮에 금성 정도의 밝기로 보일 것이다.

헬리 혜성은 76년을 주기로 태양을 도는 타원 궤도를 갖지만 아이손 혜성은 포물선 궤도를 갖는 혜성으로 이번에 태양을 돌아서 가면 다시는 태양계로 오지 않는 혜성이다. 아이손 혜성은 11월29일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며 이후 점점 태양에서부터 멀어져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아이손 혜성이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우주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구는 아이손 혜성이 태양계를 통과하며 지나간 길을 2014년 1월 중순에 지나가게 되는데, 이때 혜성이 뿌려놓은 부스러기들이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간당 200개가 넘는 유성들이 지구로 떨어지며 하늘을 수놓은 유성우를 기대해 볼만 하다.

아이손 혜성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요즘도 새벽 해뜨기 직전 동쪽 하늘에서 직경이 큰 망원경이나 성능이 좋은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점점 혜성을 밝게 해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가 11월29일 전후엔 강한 태양빛으로 인해 관측이 어려워지며, 11월29일 이후 해 뜨기 전 북동쪽 지평선 근처나 해진 뒤 북서쪽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천문현상을 통해 국운을 점치곤 했다. 개기일식이나 월식 등을 통해 나라의 큰일을 걱정하기도 하고 경사를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개기일식이나 월식은 계산을 통해 예측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정치를 하는 많은 사람이 백성을 현혹시킬 계기로 천문현상을 이용했을지도 모르며 후대에선 그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 바로 혜성이다. 여러 가지 경제, 사회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구에 아이손 혜성이 많은 복을 내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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