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제자도 있네요”
“요즘, 이런 제자도 있네요”
  • 장병학 < 충북도의회 교육의원 >
  • 승인 2013.10.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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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병학 < 충북도의회 교육의원 >

“오창고 '아띠' 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이 장병학 의원님께 올린 글이라 꼭 읽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며칠 전 청원 오창고 권은심 교사의 글이 개인 메일에 탑재돼 있었다.

권 교사가 보내 준 학생의 글은 이러했다.

“오창고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명호라고 합니다. 어느덧 졸업이 다가오고 있는데 지금은 대학입시나 수능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한 마디를 말하고자 합니다. ‘늘 처음처럼’ 이 말은 제가 초등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마음속에 간직할 말입니다. 초등학생 2학년 시절 우리 학교 장병학 교장선생님이, 지금은 충북도의회 교육위원이신 그 분이 쓴 수필책(제목 : 늘 처음처럼)을 6학년 때 반 책꽂이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살면서 처음 맘먹은 대로 하려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와 같은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 가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며칠, 몇 달이 지나면 공부하는 것에 지쳐 처음 가졌던 마음은 잊고 잠시 동안, 방황하게 되죠. ‘늘 처음처럼’오창고 동창님들, 후배님들, 선생님들도 집에 가는 길 아니면 자기 전에 한번씩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그때의 열정적인 마음을 오창고 학생들이 가져서 오창고에 밝은 미래가 있으면 합니다.”

김명호 군은 학급도서문고에 꽂혀 있는 나의 수필집‘늘 처음처럼’을 읽고 지금까지 자신의 좌우명을 삼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스승인 저를 그토록 생각해왔다니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카페에 올라온 김 군의 글을 보면서 오창고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요즘 보기 힘든 훌륭한 학생상이라면서 박수를 쳐주었다고 한다.

담당 교사의 메일을 받아본 후 사인을 한 수필집‘늘 처음처럼’과 동시집 ‘꿈을 주는 동시’를 들고 지난 11일 학교를 살짝 방문했다. 교무실에서 제자인 명호 군과 아름다운 감동의 대화를 나누었다.

명호 군은 11년 전 당시 학교장으로 재직했던 진천 삼수초 2학년(2002년) 학생이었다. 그 때 나는 교장으로 전교생들에게 2학년 이상 ‘주제일기 쓰기’ 학교 특색사업을 펼쳤다. 매주 월요일 아침 애국조회 시간이면 무작위로 전 학년, 전 학급의 학생번호를 방송으로 알려 교장실에서 날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일기지도와 상담활동을 했다. 사실, 나는 교직에 있으면서 주제일기 쓰기, 글짓기, 독서교육에 학생들과 함께 온 정성을 쏟았었다.‘주제일기’ 쓰기 우수학생은 매달 표창하면서 연말 학교문집에 특집으로 게재해 논술공부와 바른 인성 함양에 정성을 쏟았다. 학생들처럼 나도 틈틈이 수필을 써 등단도 하고, 2002년 수필집‘늘 처음처럼’을 출간해 모든 학급에 나눠줬다. 지금은 충북수필문학국제PEN문학 충북회장을 맡고 있다.

명호 군을 보면서 놀란 것은 나의 사인을 받는 것이 소원이라며 내게 유성펜을 주며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써달라고 한 점이다.

옷을 버린다고 안 된다 했더니 명호 군은 평생 가보로 간직하겠다며 흰 소매를 내게 내밀었다. 결국 제자의 흰 와이셔츠 소매에 사인을 담아 주었다. “올곧게 자란 명호야, 그리고 오창고교 학생 여러분! 지구촌에서 가장 쓸모 있는 튼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부단히 노력하세요”라는 말을 전한뒤 되돌아 오는 가을 길이 어느해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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