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의전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3.10.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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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난 4일 전국체전선수단 결단식에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이 불참한 것과 관련 8일 도의회에서 조사특위를 구성하자는 발언이 나오면서 도교육청과 도의회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고,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일부 의원이 현 도의회 출범부터 편향, 편견, 교육계를 무시해왔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이기용 교육감은 ”이번 일을 도의회와 대립관계로 오해하는 등 선수단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 대해 아쉽다“며 ”체육발전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 땀흘려온 수많은 교사와 감독, 코치들의 노력을 간과하고 단순히 의전 순서 불만으로 부교육감이 대신 참석한 것으로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피력했다고 한다.

어떻든 간에 충북교육의 수장이고 차관급인 교육감을 이렇게 의전에서 홀대를 하다니 평생을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교단에 섰던 사람으로서 서글픈 마음 금할 수 없다.

국가의 공식행사에서 국가와 정부가 지켜야할 예절을 ‘의전’이라고 한다. 의전은 그리스어 Proto와 Kollen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Protocol으로 첫 번째 접착제라는 뜻이다. 미묘한 외교관계에서 끈끈하고 원할하게 만들기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의전의 상대방은 집단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사회집단 간에 존재하는 문화와 의식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요인을 해소하는 조화로운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흔히들 의전을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전의 본질은 거대한 규모나 형식이 아닌 상식과 배려다. 의전은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의전행사는 먼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그리고 의전행사 참석자들 간에 서열을 지켜야 한다. 서열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납득할 만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서열은 오히려 참석자들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교원예우에관한규정(대통령령 제16786호)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시 좌석배치 등에 있어서 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예절이 개인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약속이라면 의전은 집단 간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전 절차가 잘못되어 주요인사가 참석했다가 화를 내면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그마한 의전 절차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에 행사가 망쳐지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래서 나보다 뒤에 나와야 할 사람이 먼저 나오거나 호명되거나 또 더 많은 비중이 주어진다면 감정이 상하게 된다.

좌석배치는 사람의 서열과 좌석의 석차를 조화시키는 작업이다. 서열에 혼동을 일으켜 좌석배치가 잘못되면 손님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좌석의 배치를 바르게 하지 못하면 참석하는 손님은 불쾌하기 마련이다. 위계와 석차가 일치하면 바른 손님 대접이 되어 주인과 손님이 모두 즐겁고 떳떳하지만 위계와 석차가 뒤죽박죽이 되면 손님이 무례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이 희망이고 미래이며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도 교육 때문이라고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도 150만 도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차관급인 충북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의전에서 홀대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임을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의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거창해 보이는 국가 의전 행사의 본질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 의전의 기본정신이자 우리가 배양해야 할 소프트파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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