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3.10.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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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아날로그적인 삶. 때로는 그것이 나의 삶에 여유와 평화로움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난 라디오가 좋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매체로 전락해 버린 라디오. 고속도로 터널을 지날 때면 여전히 ‘지지직’ 전파 장애도 있고 지역 마다 주파수가 달라 번거로움도 있지만, DJ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좋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고, 그 속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아 좋다.

글이 가진 색채가 아름다운 이병률 작가와의 만남에서 그는 그렇게 말 한 적이 있다. 라디오 작가로 원고를 쓰고 자신의 글이 DJ의 목소리로 읽혀질 때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하지만 그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병률이란 이름 세 글자를 상당히 낯설게 느꼈을 것이다.

도서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이민희 지음·팜파스 출판)의 저자 이민희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 MBC 라디오에서 음악 원고를 쓰고 있으며 한 음악 웹진의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기에 편안하고 친구 같은 라디오처럼 그녀의 책을 펼칠 수가 있었다.

그녀의 음악 이야기 첫 곡은 2007년 겨울, 천사 같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져 보았던 영화‘La vie en rose(라비앙로즈)’의 여주인공 에디뜨 피아프이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에는 진실한 사랑을 노래한 프랑스 여가수 에디뜨 피아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영화로 그녀의 삶을 살펴보고 난 뒤 그녀의 사랑 노래가 얼마나 간절하고 반짝이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두운 성장환경에 지치고 아프고 힘들어도 그걸 잊기 위해 노래한다던 작은 참새 피아프의 노래는 그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편지를 쓴다면 오늘은 사랑하는 이에게 그녀의 노래 가사를 담아 보내면 좋겠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받는 사람은 그 아름다운 빛에 행복해 질 것이다.

가까이 안아주세요. 그리고 빨리 안아주세요. 당신을 사로잡은 마법의 주문. 이건 장밋빛 인생이에요. 에디뜨 피아프 ‘La vie en rose’ 중에서

피아프 못지않은 사랑 이야기를 가진 여가수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최초의 관비유학생으로 동경음악대학을 졸업한 최초의 조선인 윤심덕이다. ‘사의 찬미’로 세상에 목소리를 알린 윤심덕은 일본 유학시절 유부남이었던 김우진과 사랑에 빠져 결국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 1920년대 희대의 스캔들이었던 그 사건을 두고 많은 이야기와 해석이 있었지만, 진실은 오직 그녀만이 알 것이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윤심덕‘사의 찬미’중에서 널리 알려진 혹은 자신의 보물 같은 노래에 담겨진 이야기를 작가는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처럼 차분하면서도 귓가에 울리듯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애정 어린 24곡의 제목과 가수에 대한 설명만 있었다면 아마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노래에 담긴 가슴 아픈 사연과 쉽게 지나치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기에 그 노래들이 힘을 얻어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불리어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 그랬다. 좋아하는 DJ가 옆에 앉아 읽어주고 있다는 기분으로 음악도 찾아 들어보며 노래 가사도 적어 보며 노래에 취해 이야기에 취해 즐겁게 책장을 넘겼다. 세련될 수 없는 감정, 슬픔과 아픔이 충만하기 보다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가득한 가을이 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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