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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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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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재주(水能載舟) 우능복주(又能覆舟)
윤 광 희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장>

순자(荀子)의 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이 말은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말로, 임금과 백성을 배와 물에 비유한 말이다.

이는 임금과 백성의 불가분의 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물을 잘 다스리고 활용하면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러하지 못할 경우에는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물과 관련된 정책을 다루거나 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의미를 깊이 새겨볼만한 말이라 생각된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3분의 2가 여름철에 집중돼 있고, 하천 바닥의 경사가 외국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급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내에 대부분이 바다로 유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근년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에 의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요순시대로부터 치산치수는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되어 왔다.

치산치수란 산림정책과 물관리 사업을 총칭하는 말로써, 치산이란 현대적인 의미로 산림이 황폐하지 않게 해 수원을 함양하고 맑은 공기, 즉 산소를 공급해주며, 때론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등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년 동안 계속돼 온 치산치수 정책에도 불구하고 왜 장마철만 되면 이런 엄청난 재해가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1920년대 초에 시작된 사방사업을 시작으로 중장기 조림사방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전후 50~60년대 헐벗었던 산들은 산림녹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를 20세기 세계 3대 기적의 하나로 꼽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근대 치산정책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매년 반복되고 있는 홍수로 인한 재해는 치산정책보다는 치수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치수를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는 약 1700년 전에 축조된 신라시대의 김제 벽골제로서 이는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저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근대에 들어 다목적댐의 효시인 섬진강댐이 1965년에 건설된 후 소양강댐과 충주댐을 비롯한 10개 이상의 다목적댐이 건설됐으나 90년대부터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목적댐의 건설이 매우 어렵게 됐다.

우리는 매년 물난리로 많은 고통을 겪고 나면 치수를 위한 다목적댐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감정섞인 논쟁을 되풀이하다가 아무런 결론도 없이 쉽사리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매년 되풀이되는 이러한 문제는 관련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의 식견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이들의 제안을 국가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정착돼야 하며, 우물 안 개구리식의 감정적인 대응이 돼선 안되겠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지 이제 한 달이 지난 지금 일각에서 수해방지를 위한 댐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냉철한 가슴으로 무엇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것인지 2300여년 전 순자(荀子)의 말을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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