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
  • 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 승인 2013.09.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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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지난 여름 무덥던 어느날 읽어 볼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톨스토이가 1910년 10월 28일 새벽, 주치의와 단 둘이서 야스나야 폴랴나를 떠나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면서 챙겨갔던 단 한권의 책이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라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나는 평소 톨스토이를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는 1928년에 중부 러시아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전쟁과 평화’, ‘부활’ 등 불후의 명작을 쓴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가난한 농민의 자녀를 위해 고향에 학교를 세운 교육 실천가였고 인생의 의미와 진리탐구를 향한 열정과 도덕 윤리적 자기완성을 위한 노력이 남달랐던 사람이었다. 1910년 11월 7일 아스타포보라는 시골 역의 역장 집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의 수많은 업적은 시공을 초월해 인류의 가장 소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하기 위하여 몇 군데 서점에 연락해 보았으나 책이 없었다. 부득이 구입 주문을 신청했다. 며칠 후 이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톨스토이가 쓴 ‘매일매일 읽는 현자들의 사상’이었고, 이를 수정하면서 우리가 매일 매일 읽고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일용할 정신의 양식’, ‘인생의 잠언’으로 엮은 ‘독서의 고리’(한국어판 제목은 ‘인생독본’)의 초간본을 처음 우리말로 옮긴 책이었다.

매일 매일의 읽을거리가 대체로 한 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성현들의 풍부한 명언들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력으로 엮어 한권으로 압축하여 만든 책이었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명언들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그날의 명언을 읽고 가슴에 새긴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나가면서 교훈과 감동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을 만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엮은 목적은 여러 저자들의 책을 그냥 직역하여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풍부하고 훌륭한 사상을 이용하여 독자들에게 보다 좋은 사상과 감정을 일깨워 주고, 매일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있다. 나는 내가 이 책을 엮을 때 경험했던 고귀한 감정, 그리고 지금도 매번 읽을 때마다 느끼는 고귀한 감정을 독자들도 경험하기를 바란다”라고.

실제로 톨스토이는 20년 동안 성현들의 글을 읽고 명언과 세계의 속담·격언·금언을 발췌하였고, 동서양의 종교 경전, 고대 및 현대 사상가들의 책을 다시 읽고 보석 같은 글귀들을 가려 뽑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눈과 마음, 머리로 저자의 글과 사상을 음미하고 재해석하면서 원문의 자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옮겼다고 한다. 그러니까 성현들의 저술과 사상을 번역하여 단순히 집대성한 것이 아니라 그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어느덧 가을바람 소리가 정답게 들창을 두드리고 있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이 독서의 계절에 톨스토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바로 그 책,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를 펼쳐놓고 읽다 보면 심금을 울리는 명언을 접하게 되리라. 그때마다 톨스토이가 경험했던 고귀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가 느꼈던 마음의 위로와 기쁨을 느껴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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