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씨름 이대로 사라지나
민속 씨름 이대로 사라지나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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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씨 파문, 씨름연맹 홈피 비난글 쇄도
지난 80년대 전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민속씨름이 사라질 것인가

지난 4일 민속씨름연맹(회장·총재 김재기)이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씨(43·인제대교수)를 영구제명시킨 파문이 모래판의 존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이만기 교수측은 파문 하루가 지난 5일까지도 씨름연맹의 제명 사유에 대해 불복하며, 곧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씨름연맹은 전날 상벌위원회에서 이만기씨가 연맹 행정에 대해 비판발언을 계속하고, 총재퇴진 운동을 추진하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해왔다는 이유로 영구제명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씨름계의 혼란속에서도 민속씨름 팬들은 이날 연맹 홈페이지에 700여개의 비난의 글을 올리며 각성과 함께 씨름의 재도약을 기원하고 있다.

박모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만기 없는 한국씨름은 없다"며 "단지 씨름연맹이 운영을 못해서 한국씨름이 망해가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고 적었다. 조모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그냥 씨름연맹을 삭제하라"며 "이만기씨보다 씨름연맹 회장과 간부를 없애라"고 말했다.

또 김모씨라는 네티즌은 "이만기씨의 영구제명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씨름연맹이 씨름을 부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최악이다. 이만기씨는 한국민속씨름의 영웅이다. 이제 영웅을 잃은 한국 민속씨름은 더이상 없다"고 성토했다.

강모씨는 "씨름이라는 우리 모두의 유산을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일 뿐 한국씨름이 협회 당신들의 것이 아니다"면서 "아직 학생들은 이만기씨를 꿈꾸며 모래판을 누비고 있는데 우리 씨름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썼다.

이번 사태는 민속씨름계의 내부 갈등과 팀해체, 대회 중단, 스타선수들의 부재와 이종격투기 전환 등으로 예고돼 왔다.

지난 2004년 LG투자증권 씨름단이 해체되고, 2005년 TV 중계 페지에 이어 2006년에는 신창건설 씨름단마저 해체되는 등 그동안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 선 이만기씨는 신창건설이 해체되자 김재기 총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6월 김천대회때는 이만기씨를 비롯한 민속씨름동우회 회원들이 김재기 총재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이에 연맹은 이만기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갔다.

팀해체와 씨름계 내분은 민속씨름의 젖줄인 선수 이탈현상을 불러오며 씨름판을 외면하게 했다.

꽃가마의 영광보다는 이종격투기로 빠져 나가는 등 선수들은 당장 생활하기에 급급했다.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이 최홍만에 이어 오는 10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이종격투기인 프라이드 FC 그랑프리 데뷔전을 갖는 등 선수들이 잇따라 해외무대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

민속씨름이 과거와 같은 영광을 맛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 팀들과 함께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징계 파문은 민속씨름 발전에 적잖게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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