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눈물짓는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에 눈물짓는 ‘결혼이주여성’
  • 정태경 경장 <충주경찰서 정보보안과>
  • 승인 2013.09.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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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태경 경장 <충주경찰서 정보보안과>

“한국에 처음 오니 아는 사람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마치 금방 낳은 신생아처럼 옹알이를 하기도 하고 인생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낯설기도, 무섭기도 해서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을 항상 그리워했습니다”

얼마 전 ‘다문화가족 부부의 날 행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낭독한 편지의 일부분이다. ‘신생아’라는 표현에서 잠시 코끝이 찡해졌다. 얼굴 몇 번 보고 결혼한 한국인 남편 하나만 믿고 낯선 땅으로 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부모님의 보살핌에 생존을 맡긴 신생아와 같은 처지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우리말과 문화에 서툰 결혼이주여성은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사회적 신생아’이다. 유일한 보호자인 한국인 남편이 사회적 신생아인 외국인 아내를 폭행하는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2011년 여성가족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담건수가 2009년 5895건, 2010년 6985건, 2011년 9617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같은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결혼은 3만 659건(국내 결혼의 9.3%), 이혼은 1만 4450건(국내의 12.6%)로 나타났으며, 이혼 상담건수는 648건으로 나타나 지금도 어디에선가 가정문제로 고민하는 이주여성이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최근 ‘가정폭력실태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한 이주여성 307명 중 69.1%가 지난 1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이주여성 10명 중 7명이 남편의 폭행을 경험한 셈이다.

가정폭력은 국제결혼가정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은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남성중심적 수직 질서, 서툰 언어로 인한 소통 한계, 다문화 가정폭력을 용인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 한국문화에 대한 다문화여성들의 부적응 등 복합적 이유로 가정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폭력의 유형도 성적학대 등 신체폭력, 언어폭력으로부터 경제적 방임과 정서적 학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해시례가 나타나고 있다.

4대 사회악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도외시해선 안될 것이고 그들도 대한민국의 일원임을 인식하여야 하며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도 초기 피해발생 단계에서 지역사회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여 후속피해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문화가정 폭력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네크워크가 절실하다. 피해발생시 상담 및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피해여성에 대한 경제적, 의료적 지원이 가능토록 지역 사회단체와 협력체를 구성하여 더이상 다문화여성들에 불행한 일이 발생치 않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충주경찰서에서는 경찰과 결혼이주여성 간 거리감을 좁히고 눈높이를 맞춘 치안활동을 전개하고자 스마일폴, 다문화가정서포터즈 등 외국인과 경찰이 함께 하는 다문화시책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은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관련된 사안임을 직시하고 작게는 이웃의 관심, 크게는 범정부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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