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앞에서
고향 앞에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9.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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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 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 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현대인에게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지만, 고향이란 말에는 이미 정서적 고향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고향은 심리적으로 더 가까워집니다. 도심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그리움으로 품고 있는 것이 고향입니다. 곧 추석입니다. 가족의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시간, 흙에서 바람에서 고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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