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는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안전한 먹거리는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 김태규 <진천경찰서장>
  • 승인 2013.09.0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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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태규 <진천경찰서장>

배고픈 시절 우리는 무엇을 먹든 배부르게만 먹을 수 있다면 좋았다. 그때는 먹거리의 질을 따지기보다 양을 따졌다. 같은 값이면 질이야 어떻든 양이 많은 것이 좋았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경제 선진국이 되면서 배고픔이 해결된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먹거리의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되었고, 단순히 배고픔을 모면하기 위한 먹거리가 아니라 몸에 좋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게 되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다는 ‘웰빙먹거리, 친환경먹거리’의 생산과 소비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외관상 얼핏 보면 먹거리 면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보이지만 썩은 가축사료로 만든 맛가루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 등 연일 부정·불량 먹거리 기사가 언론을 통하여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먹거리 안전에서 만큼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부정·불량식품 근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경찰 등 관계당국에서 강력하게 단속 및 계도를 하고 있는데도 왜 근절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정·불량식품의 제조·판매·유통 등에서 얻는 이득이 적발시 당하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불량식품을 취급하다가는 패가망신하고 다시는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햄버거를 만드는 미국의 허드슨社는 1997년 제품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발견되어 1100만kg의 제품을 리콜하였고 그 결과 회사는 파산했다. 일본에서도 2008년 오염된 쌀이 유통되면서 관계부처 장관이 사퇴를 하였고,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식품 관련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사형으로 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30일 식품위생법 입법예고를 통해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근절의지를 표명했다. 먼저 ‘징벌적 이익몰수제’로 부당이득을 최고 10배로 추징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예를 들어 불량식품을 팔아서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1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되는데 악덕 식품업체들의 도산을 피하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 불량식품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는 광우병, 조류독감 등 전염병에 걸린 동물을 가공하여 식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경우에 ‘최저형량제’를 적용하였는데 이것을 고의적 식품위해사범 전반으로 적용하여 1년이상 최대 7년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그 범위를 확대했다.

최저형량제는 보통 살인, 강도 등 죄질이 중한 범죄에 있는 제도인데 불량식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할 때 두 손들어 반길만한 제도이다. 

또한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 명단을 공개하는 것과 같이 3번 이상 상습적으로 불량식품을 제조한 업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블랙리스트제’도 실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부정불량식품 근절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겠다는 사회 구성원간의 공감대 확산과 가혹하리만큼 법에 의한 강력한 처벌이 잘 융합될 때 비로소 건강한 먹거리를 지킬 수 있다. 건강한 삶을 되찾고 우리도 먹거리 선진국이라는 영예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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