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을 수 있는 떳떳한 인생살이
고전에서 찾을 수 있는 떳떳한 인생살이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9.03 0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최근에 ‘모든 것은 빛난다(All things shining)’는 책을 틈틈이 읽고 있다.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에 고전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보자는 기치를 걸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뚜렷한 목표와 가치없이 표류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 담겨있다. 곧 지금과 같이 살아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아울러 이 책은 인생의 근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고전을 통해 우리의 삶을 재검토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한 경쟁은 승자 독식을 의미한다. 곧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소수의 승자가 모든 권리를 차지하고 다수의 패자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소수의 행복한 자와 다수의 불행한 자들이 있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이런 풍토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승자 제일주의다. 과정이 어떻든간에 일단 이기고 보자는 풍조가 팽배해 있다. 과정상의 불미스러운 일이나 결함은 이기고 나면 다 묻히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구도 속에서 패자는 불행하다. 온갖 권리나 이득을 승자가 다 갖고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자는 행복할까 승자도 행복하기는 어렵다. 경쟁 상대들이 진심으로 승복하면서 박수를 치지 못하는 승리를 진정한 승리로 여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한경쟁을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기 어렵다. 패자는 패해서 불행하고 승자는 떳떳하지 못해서 불행하다. 대선에서 진 야당은 권력을 잡지 못해 불행하고 이긴 쪽에서는 선거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정통성을 상실할까 전전긍긍 하느라 불행하다.

더 큰 불행은 경쟁구도 자체에서 나타난다. 곧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보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여유가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공체험을 위해 찾아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준비하는 일 이외에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 질문이 너무 생소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할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을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그런 질문을 하면, 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이런 방식으로 무한경쟁을 표방하는 우리 사회는 불행한 학생, 불행한 어른들을 양산하고 있다.

근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삶은 허무하다.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의미와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허무주의는 이보다 조금 더 심각하다. 아예 그런 걸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찾았는데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엄연히 다르다. 이런 점에서 곧 그런 것이 있는지, 왜 필요한지를 고민하지 않는 우리 사회는 심화된 허무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의 고전은 오랫동안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한 인류의 유산이다. 허무주의와 무기력의 시대에 고전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고전을 읽다보면 적어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는 대열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구도 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고전은 유익하다. 고전은 명예와 수치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승리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함은 적어도 벗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전은 경쟁하되 떳떳하라고 가르친다. 이런 점에서도 고전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