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은 안전불감증
도를 넘은 안전불감증
  • 남승준 소방위 <청주서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 승인 2013.08.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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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승준 소방위 <청주서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듯하다. 지난 7월 16일 계속되는 폭우로 수위가 상승하는 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발생했다. 이틀 후인 7월 18일에는 충남 태안의 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고등학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 안전관리가 연일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민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가 무색하게 됐다.

최근 8월 8일 한 취업포털에서 성인남녀 1689명을 대상으로 ‘안전불감증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85.3%는 ‘해당된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안전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54.3%(복수응답)가 ‘직접 피해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위험하지 않을 만큼은 지키고 있어서’(28.6%), ‘일일이 안전성 여부를 고려하기 귀찮아서’(26.5%), ‘다들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서’(24.4%),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10.5%) 등의 이유를 들었다.

1930년대 초 하인리히는 ‘사고나 재난은 발생 전에 여러 차례의 징후가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 ‘하인리히 법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인리히는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고 주장하면서 1 : 29 : 300 법칙으로 설명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징후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 예측한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유독가스 유출, 원전 사태 등 문제들에서 드러났듯이 안전 불감증이 낳은 재해나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어린이는 차량 앞좌석에 앉아서는 안 된다는 법규는 존재하지만 이를 지키지도 규제하지도 않는다. 건설현장과 산업현장, 심지어는 사무실 내에서도 안전의식과 실천은 따로 논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사고예방시스템이 보급되고, 안전교육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현장의 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바로 이 실용적 편의나 눈앞의 이익 또는 융통성이라는 편리를 우선시하다 발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의 방지는 그래서 결국엔 사람 문제로 귀결된다. 해당 법규 등 제도적 정비도 종국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의식 변화와 습관화 수준으로까지 변화할 때 성숙된 사회가 약속될 것이다.

그럼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근본적인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각종 사고에 대비하는 훈련과 대책을 정부와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수행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보여주고 인식 시켜줘야 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철저한 의식과 교육이야말로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비교하는 척도이다. 안전교육의 소홀함이야말로 후진적 문화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부터 생활 속 안전에 대해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생활이 습관화돼야 한다.

안전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관공서의 여러 시책 추진도 중요하지만 국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자기 책임을 실현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안전을 생활화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해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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