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솔로몬의 위증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8.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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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팬심(fan 心). 오픈백과를 살펴보니 fan과 마음 심(心)이 합쳐져서 생긴 신조어로 어떤 작가나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한 팬의 마음이라고 풀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왜 팬심인가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건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문학동네)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초등학생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책을 골랐지만, 이번만큼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을 골라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히 핑계고 내가 오랜 기간 좋아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는데, 소개를 안 하고 지나가는 건 작가에게 죄짓는 것 같아서다.

미야베 미유키. 한국에서의 팬들끼리의 통칭은 미미여사다. 이선균, 김민희 주연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 ‘화차’의 원작가다. 사회파 미스터리 전문이시나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셔서 시대 미스터리와 게임 원작 등의 다양한 작품을 쓰는 작가다.

책은 어느 겨울날 중학교 2학년의 한 소년이 교내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소년의 몸에서 별다른 타살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년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되어 장례를 치른다. 몇 개월 뒤 익명의 고발장이 학교와 반장, 죽은 소년의 담임. 이 세 명에게 전송된다. 고발장의 내용은 소년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며, 중학교 내에서 최고의 문제아였던 세 명의 동급생들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학교와 경찰은 고발장을 받고 반 학생들과 상담한 결과, 고발장을 쓴 사람을 짐작하나 고발장의 내용은 거짓으로 결론짓는다. 그러던 중 담임에게 전달된 고발장이 사고로 매스컴에 전달되게 되며 크게 이슈화되자 학교가 자살을 방관하였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년과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은 상처받고,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 진상을 알아보자며 학생재판을 시작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하지만, 내가 설명하고 있는 줄거리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내가 미미여사 필력의 10분의 1이라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장 두께가 얇아져 갈수록 “어떻게 됐다는 건데!” 하고 절규하게 된다. 학생들의 재판인데도 실제 재판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떠오르며 한 편의 법정 심리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3권은 정말 법정드라마였다. 보통은 이런 미스터리 작품일수록 사건에 중심을 두고 읽게 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내에서는 사건뿐만이 아니라 작품 속에 인간이 살아있다. 읽으면 작품 속의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미미여사라는 친근한 애칭을 붙여주는 독자가 많은 건 인물을 그려내는 작가의 따뜻한 작풍 때문일 것이다.

주의 사항이 하나 있다. 이 책은 두께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한 권이 대충 650페이지. 그것도 세 권이다. 합치면 거의 2,500페이지에 달한다. 두께만 해도 숨이 턱 막힐 것 같다. 하지만, 첫 권 백 페이지 정도만 읽게 되면 중간에 도저히 놓을 수 없다. 전작인 ‘모방범’을 읽은 독자라면 아시리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생활은 다 포기하고 책만 읽게 되는 그 마력이 있다. 그러니 일단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1,2,3권을 모두 갖춰 가지런히 잘 쌓아 두고, 책 읽는 동안 먹을 식량을 쟁여 놔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책에 빠져 있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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