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미래, 농촌에 묻다
도시의 미래, 농촌에 묻다
  • 문호령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 승인 2013.08.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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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호령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이유들의 뿌리를 찾는다면 삶의 만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교육을 위해서, 교통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고, 도시는 이를 수용하기 위해 많은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도시는 날로 번성하여 사람들은 실제로 그 속에서 만족한 삶을 누리며 자신들의 도시를 매우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도시에는 범죄, 교통체증, 환경오염, 층간소음, 쓰레기처리를 비롯한 많은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시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이미 집중되어 버린 자본의 마력에서 헤어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틈만 나면 도시에 건물과 도로를 늘리고, 도시에 퍼져 있는 온갖 자본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만족을 끝없이 추구했습니다.

반면 농촌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던 농촌은 사람들이 점차 떠나자 스스로 도시가 되기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처럼 삶의 만족을 위해 그들의 모습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대도시 주변부터 점점 새로운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대도시의 사람들도 조금씩 분산되어 가는 자본을 따라 새로운 도시로 흘러들어 농촌은 점차 줄어들고, 도시는 나날이 번성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도시에서 삶의 만족도는 농촌보다 높은 것일까요? 농촌이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도시로 변해야 할 만큼 농촌에서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현답은 지금처럼 휴가철인 여름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민들은 산이나 계곡, 혹은 바다로 자연을 찾아 떠납니다. 최근에는 캠핑용품 및 아웃도어용품 등이 각광을 받고 있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축제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주5일제 확대와 힐링이라는 사회문화적 코드가 도시민들의 발길을 더욱 교외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농촌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입니다. 저밀도 구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 문명의 이기보다는 땀과 정성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는 느림(slow)의 문화를 통해 도시에서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농촌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도시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궁극의 장소는 자연과 함께하는 농촌인 것입니다.

이제는 도시가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곳이 아닌 참고 견디다가 탈출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도시를 아예 허물고 다시 본래의 모습인 농촌의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진국의 도시는 고밀도를 지양하고 점차 농촌과 같은 친환경적 저밀도 구조로 재편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고층건물을 규제하고, 녹지면적을 늘리며, 하천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기존의 도로를 대체하고, 노후한 건물 자리엔 광장과 가로수가 들어섰습니다. 도시가 농촌을 본받아 스스로를 치환해 가면서 사람들에게 만족을 되찾아주게 된 것입니다. 삶의 만족은 도시가 농촌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도시의 발전과 비례하지도 않으며, 농촌처럼 자연과의 친밀도가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도시와 농촌은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일까요 아직도 도시의 삶만을 추구하고, 도시의 발전이 곧 만족을 보장해준다는 허상을 쫓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스스로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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