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고비 때마다 편지로 전한 마음
힘든 고비 때마다 편지로 전한 마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8.27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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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연규민씨
아내에게 쓴 편지글 엮어

'찔레꽃 사랑' 발간

결혼 생활 100통의 기록

“당신에게 자주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킬지 모르겠습니다. 약속을 하고 처음 쓰는 편지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무척 고민스럽습니다”

- 찔레꽃 사랑 중에서

연규민씨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 같기도 하고 성지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의 모습도 느껴진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동반자와 함께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 때문이리라.

‘찔레꽃 사랑’은 부부로 살며 힘든 고비 때마다 저자가 아내에게 편지로 전한 마음이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 100통의 편지를 한 다발 묶음으로 엮어 선물했다. 편지에는 생각과 생활, 문화의 차이로 갈등하며 극복하는 부부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결혼이란 것은 생각과 현실의 차이가 컸다. 가정도 농작물처럼 잘 가꾸고 때맞춰 물도 주고 거름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100통의 편지를 쓰기로 했다”며 “기록으로 남기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살펴볼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들려줬다.

서로 다른 삶을 살다 만난 부부이기에 갈등은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을 풀기 위해 누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느냐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관건이기도 하다.

남편의 편지는 인터넷으로 배달됐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처럼 ‘한 줄 쓰면 한 줄 와서 읽은' 아내는 자신의 생각을 답글로 달아 대화의 물꼬를 텄다. 본문에는 아내의 짧은 답글도 실어 당시 부부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100통의 편지 중 86번째 편지는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의 위기도 들어 있다.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는 남편의 돌직구 편지에 아내는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어째서 당신에게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네요”로 응답하며 부부로 살아온 각자의 시간을 풀어놓고 있다.

“이 편지를 쓸 당시는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였는데 아내의 답글을 보니 이혼하자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서로의 마음을 글로 써 놓고 보니 오해했던 것도 보이고, 다른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는 그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편지의 힘이 컸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리 부부는 집을 마련한 후로 저축하지 않는다. 통장에 돈을 쌓아두기보다 내 몸에 저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악기도 배우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몸과 마음에 저축하고 산다”며 “이 기록이 다른 이들의 가정생활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탄한 길도 걷다 보면 굽을 길을 만나게 되고 물 고인 웅덩이도 만난다. 대로인가 싶으면 좁은 골목길로 접어드는 게 길이요, 인생이다. 그 길을 올곧게 함께 가야 하는 부부이기에 지혜로운 대처법이 필요하다.

그 길에서 만난 남편의 100번째 편지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쓰는 편지를 받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적어두고 있다.

연규민씨는 법무사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충청타임즈의 충청논단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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