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를 보고
설국열차를 보고
  • 이용길 <시인>
  • 승인 2013.08.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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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용길 <시인>

지난주에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만장일치로 설국열차를 보기로 했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신세계를 맛보게 하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늘 설레이게 했다. 영화는 내내 신선하고 신기했다. 이 신기한 세상이 만들어진 과정과 숨겨진 의미에 대한 궁금증 역시 유발시키며 집중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설국열차에서 상위계층은 열차 앞 칸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꼬리 칸에 탑승한 이들은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羊羹)으로 연명하며 매일 지옥과도 같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열차의 모든 공간은 빈부격차 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지구역사의 축소판, 그리고 밸런스의 문제, 계급과 평등의 문제, 체제와 변혁에 대한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은 지구 온난화 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지구의 탄생 이후 많은 생명체가 지구에서 살아 왔다. 한때 지구에는 인간보다 훨씬 크고 강한 공룡들의 세상으로 이들은 우월한 힘을 기반으로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한 생명체였다. 공룡들은 개체수를 확대하며 지구를 지배해 오다 어느날 빙하기가 찾아오게 된다.

극심한 지구의 환경 변화 속에서 많은 동식물들이 죽어서 사라졌지만 인간은 살아남아 살기위해 채집을 하고 동굴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개체를 유지해 왔다.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간은 강한 생존력을 키워 나갔다. 농사를 알게 되고 생산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가장 큰 혁명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정착 생활을 하며 도시를 건설하였고 생산 시스템의 발전을 이루고 권력과 계급을 갖춘 사회체제를 형성하고, 산업 혁명이라는 더욱 향상된 생산 체제로 인류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며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밸런스에 문제가 찾아왔다. 이미 인류의 생산과 소비는 지구의 수용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 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CW-7쏘아 올렸다. 그러나 지구에 찾아온 결과는 혹독한 빙하기로 변하여 살아남은 사람들이 설국열차에 올라 18년 동안 지구를 순환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개 하고 있다.  

가난하고 지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이 시작되지만 가진 자의 핵심인 윌포드는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질서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어디선가에서 많이 들었던 말, 바로 독재자들의 논리다. 설국열차가 달려온 지 17년 되던 해에 반란이 일어난다는 설정은 박정희 시대 17년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반전의 연속이다. 예측 불허의 스토리 전개, 뛰어난 설정과 암시를 가진 영화, 설국열차는 시작부터 끝까지 전개되는 스토리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끝없이 달리던 열차의 문이 열리기까지는.

그 문이 열리고 나서도 이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 놓는다. 누가선이고 누가 악인지? 어느 것이 맞는지? 이 영화는 지구역사의 축소판이며 인간 세계의 축소판임을 알리고 있다.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문제들 속에 계급과 평등의 문제, 밸런스의 문제, 체제에 대한 문제 등 쉽게 풀릴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자극 한다. 최근 설국열차의 관객이 8백만 명을 돌파했다.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을 꼬리 칸 승객과 ‘동일시’(同一視) 하면서 빠져드는 것은 아닐는지.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끊임없이 달리는 ‘사회 열차’ 꼬리 칸에 탑승해 달려온 세월이 어언 20여 년. 그동안 이룬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이던가. 문득 밀려오는 허무감. 엊그제 화장실 벽에서 보았던 낙서가 생각나는 것은 또 어인 일인지. “만약 당신이 패배했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패배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패배한 것이 아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계속되는 불볕더위를 차가운 빙하기를 달리는 설국열차에 탑승해 막바지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도 바뿐 일상에 작은 삶의 여유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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