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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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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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 안전성, 왜 무감각한가?
신건준 <한살림 충주제천 사무국장>

세계적인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시장규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어느 아이스크림 회사가 있다. 베스킨과 라빈슨 두 사람에 의해 창립한 이 회사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로 판매망을 넓혀갔고, 현재 가장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세계시장을 장악해 가던 이 회사의 창업주 중 한사람은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당시 100kg이 넘는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으며, 신제품 개발과 품질개선을 위해 창업 이후 엄청나게 먹어온 아이스크림이 비만의 원인이 되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창업자 역시 비만, 당뇨, 고혈압 등으로 시달리며 최악의 건강상태에서 허덕인다. 더구나 그에게 회사경영상의 커다란 고민이 있었는데,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 아들이 자신이 뜻을 어기고 나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아들은 그의 아이스크림 회사를 비롯한 미국전역의 가공식품회사를 혹독하게 비판해 가며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먹을거리 안정성을 강조하는 활동을 하는 대표적 운동가가 된다. 엄청난 대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 속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적 아이스크림 회사 경영주의 실제 이야기다.

먹을거리에 대한 선호가 언제부터인가 본래의 가치보다는 생김새나 빛깔 등 겉모양과 자극적이고 구미를 당기는 향과 입맛에 치중하는 상품가치가 중심이 되는 풍토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왔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농사를 짓는 사람은 보다 예쁘고 빛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과도한 농약을 살포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이런 의식을 더욱 확산시켜 마치 예쁘고 빛깔 좋은 것이 최고의 상품인양 과대광고를 일삼으며 소비자를 자극시켜 상품매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또한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성장기 아이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식품안전장치에 대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극물 수준의 심각한 첨가물이 포함된 제과 음료류, 유전자 조작 식품 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어느 공중파에 시중과자류를 먹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후유증에 대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보도한 프로그램은 많은 소비자들(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미량의 식품첨가물이 아이들의 몸에 그토록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리 놀라울 만한 내용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학합성물 381종, 천연첨가물 161종, 혼합제제 7종 등 549종의 식품첨가물로 허가받고 있다. 방부제, 화학조미료, 감미료, 착색료, 발색제, 산화방지제, 팽창제, 안정제, 살균제, 산미료 등 입맛에 당기게 만들고 색깔을 예쁘게 포장하고 보존기간을 오래토록 유지하기 위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첨가물들이 온갖 식품에 너무도 당연하게 들어가 있다.

이 성분들 중 상당수는 발암성 물질이자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라는 것임에도 허가되어 있는 것들이다. 식품첨가물 범벅 먹을거리에 면역성이 채 마련되지 않은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성도 담보 받지 못한 채, 현혹되고 있고, 이로 인하여 각종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와 같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구심이 사회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에서는 각종 매체를 등에 업고 '유해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면, 유해성이 충분히 입증된 후에 겪는 고통과 불안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참으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건강을 제도적 장치로서 보장해 주지 못하는 정부와 유해화학물질들을 제품으로 만들어 온갖 화려함으로 포장하고 각종 매체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이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인식을 통한 정당한 요구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직접적인 요구에 의해 정부정책을 바꿔내고, 식품에 대한 깐깐한 태도와 사고로 기업을 바꿔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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