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열린 조직으로 바꾸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대학을 열린 조직으로 바꾸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8.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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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정부의 고등교육 종합발전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지난 4월부터 현장전문가와 교육 관료들로 구성된 대학발전기획단이 70여차례 회의와 토론을 거쳐 완성된 방안이기에 나름대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방안에서는 여러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한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곧 대학을 폐쇄된 조직에서 열린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을 열린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은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이 강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곧 대학이 소속 대학 학생만이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평생교육을 책임지고, 산학협력을 활성화하여 지역산업계의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대학 연구역량 강화가 이에 포함된다.

또 다른 중요한 꼭지인 교수 중심의 대학교육을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바꾸는 방안도 대학교육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시된 것이다. 이 목표도 넓게 보면 폐쇄적인 교육을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열린 교육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곧 폐쇄적인 조직을 열린 조직으로 바꾸는 목표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대학을 폐쇄된 조직에서 열린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십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 방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론을 보면 먼저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확충하고 이를 배분하는 단계에서 평가를 통해 대학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재정지원을 빌미로 하는 평가에 맞춰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학 측에서는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의 요구에 맞춰 대학을 바꾸려 할 것이고, 대학의 구성원들은 이에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열린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된 구체적인 정책의 꼭지들은 기존 대학의 틀을 바꾸어야만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 내의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속적 구조개혁, 교육과정 혁신, 엄격한 학사관리, 능력 중심의 직업교육 강화, 산학협력 중심의 교육체제, 강의실 위주의 대학교육을 평생교육체제로 전환하기와 같은 꼭지들은 하나하나가 지금의 대학 시스템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으며 장기간의 토론과 논의,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대학의 성격과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고등교육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정부의 진단은 옳은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재정지원을 빌미로 하는 준 강제적인 방식을 택하는 한 돈만 투입하고 성과 없는 기존 정부정책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

큰 틀의 방향을 설정하고 각 대학이 대학의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특성화를 하게끔 하겠다는 정부 방안은 대학에서의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이로는 부족하다.

평가를 빌미로 하는 정부 주도의 준 강제적인 대학 정책을 대학 중심으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곧 대학 구성원들 스스로가 합의하여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기간을 끼워 넣자는 말이다.

그 기간 동안 필요한 예비자금을 균등하게 지원하고 구성원의 합의 결과에 따라서 본격적인 자금을 차등지원하면 지금의 방식보다 재정 투입 효과도 클 것으로 본다.

뜸이 들어야 맛있는 밥이 되는 법이다. 대학을 진정으로 열린 조직으로 만들고 싶으면 조급증을 버리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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