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3>
궁보무사 <16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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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건 저희들이 다 이해를 하고 참작을 해줄 터이니!"
11. 엎치락뒤치락

강치 일행은 너무 어이없고 기가 찬 듯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주책 같은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혀를 가지고 제 몸을 농락하고자 덤비는 분도 있을 거예요. 사람의 세치 혀는 말을 하거나 음식 맛을 볼 때에 사용하라고 달려있는 것이지 여자의 부끄러운 그곳을 파내라고 달려있는 건 아니잖아요 춘삼월 독이 오른 뱀처럼 혀를 날름 거려가며 제 몸 그곳에 감히 삽질하려고 덤비는 분이 있다면 저는. 저는."

주성의 아내는 잠시 숨을 돌리려는 듯 여기서 말을 끊었다.

"그런 것도 부인께서 혀를 깨물고 자살하실 이유에 해당되나요"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궁금한 듯 약간 빈정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자살까지야 하지 않더라도 제가 그런 무례한 짓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밝혀두겠어요. 그러나 혹시 또 모르지요. 너무 심하게 삽질을 당하던가 하면 제가 몹시 부끄럽게 생각을 한 나머지 갑자기 혀를 깨물고 죽을 수도."

"아, 알았습니다. 부인! 이제 그만!"

"제발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말아 주세요."

강치 일행은 주저리주저리 계속 떠드는 그녀의 말에 이젠 짜증이 나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상 참! 혀를 깨물고 죽을 일도 참 많구나! 대충 느낌상으로 보건대, 저 여자는 그런 일들을 당하면 부끄러워서 혀를 깨물고 죽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약이 바짝 오른 나머지 자진해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저 여자는 색을 몹시 밝힐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즐길 줄도 아는 것 같은데, 혹시나 그 일을 벌이는 도중 너무너무 흥에 겨운 나머지 자제를 하지 못해 스스로 혀를 콱 깨물고 죽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어쨌거나 저런 미녀가 내려와서 대준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 어차피 우리는 저세상으로 가게 될 몸! 기왕이면 남자 구실이나 제대로 하고나서 떠나면 좋지 않겠어'

이들은 어서 빨리 주성의 아내가 내려와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웬일인지 주성의 아내는 그냥 그 자리에 서있기만 한 채 마냥 뜸만 들이고 있었다.

"부인! 뭐하십니까 빨리 내려오셔야지!"

참다못한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주성의 아내에게 외쳤다.

"알았어요. 금방 내려가면 될 거 아니에요"

"그럼 어서 빨리 내려오시오!"

"그래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뒷물 좀 깨끗이 하고 나서 내려갈게요."

"뭐 뭐요 뒷물"

"그래요. 여자가 하는 뒷물도 모르세요"

"아,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니까요."

"그냥 내려오세요. 웬만한 건 저희들이 다 이해를 하고 참작을 해줄 터이니!"

강치일행이 웅덩이 안에서 아우성을 치듯 주성의 아내에게 말했다.

"어머! 그래도 여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더러운 몸으로 남자를 대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깨끗한 물을 담은 물통을 여기로 가져오라고 일렀으니."

주성의 아내가 두 눈을 곱게 흘기며 강치 일행에게 다시 말했다.

"아, 잠깐 실례 좀 하겠소이다!"

강치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바지 끈을 훌떡 풀어 내리고 자기 그것을 밖으로 쑥 끄집어내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한줄기 오줌을 시원스럽게 내갈겼다. 그러자 그의 동료들 역시 바지춤을 까 내리고 저마다 소변을 갈겨댔다.

"어머머! 어머머!"

주성의 아내는 갑자기 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사내들의 오줌발을 보자 처음엔 조금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애써서 고개를 돌려 외면하거나 부끄럽다며 두 손바닥으로 자기 두 눈을 가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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