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여행으로 즐거운 생활"  -  "노후준비·일자리 없어 막막"
"취미·여행으로 즐거운 생활"  -  "노후준비·일자리 없어 막막"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8.13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 2막 행복하십니까 - 은퇴자 10명에게 물었다

 충청타임즈가 은퇴한 10명에게 다짜고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온 말은 “행복하다”와 “그렇지 않다”가 반반이었다. 노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함, 그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단어로 비쳐지는 ‘행복’은 왜 노인들에게 제 각각 다가오는 것일까.


◇ 자아실현을 위해 사는 새 인생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김정숙씨(여·63)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공무원으로 직장생활도 잘 마쳤고, 자녀 출가도 다 시켰고 어려운 과업을 끝낸 후 갖는 휴식기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된 삶의 여정을 보는 듯하다. 김씨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즐길수 있도록 자아실현을 목표로 요즘 살고 있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반성할일은 없는지 나 자신을 다독거리며 평온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씨(여·60)도 공직생활을 거쳐 제2의 인생을 맞고 있는 경우다. 이제 그는 “친구, 형제들과 자주 어울리며 여행도 다니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게 삶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여행사를 하는 후배가 해외 여행에 동행토록 해줘 수십 년만에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바람은 “놀고 싶다”였다.
 이처럼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갖고 있는 노인들은 주로 공직생활등을 거쳐 저축한 삶을 나눠쓰는 부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수십년간 상사눈치에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도 자리를 지켰던 인내심을 보상받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 행복을 찾고 싶은 인생
 그러나 김미자씨(여·60)는 요즘 크게 웃을 일이 없다. 그는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 것과 같다. 행복해서 사는게 아니라는게 그의 말이다. 김씨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싶다. 두 부부가 살지만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나이가 많아서 취직할 곳도 없고, 막일을 하자니 몸이 안 따라 준다. 가정 경제를 생각하면 불안해서 일하고 싶지만, 청년 백수도 많은데 나이 든 사람에게 일자리는 더군다나 없다. 그렇다고 걱정만 한다고 해서 뾰족한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그냥 살고 있다는 게 가장 맞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이진만씨(62·남)도 행복해하지 않는다. 얼마 전 일을 하다가 다리를 다쳐 몸을 움직이기가 어렵다보니 죽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아프니까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는 건강해지는 것”이라면서 “건강해야 돈도 벌 수 있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으니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써야 하니 가족들 보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의 경우 경제와 건강이 인생의 걸림돌인 셈이다. 모아놓은 돈 없고, 건강마저 잃게 될 경우 제2의 인생이 ‘막다른 인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고령화와 노인빈곤율 ‘양날의 칼’

충북은 전체인구 100명당 노인인구가 14명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7월 말 현재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년 전보다 4382명 증가한 21만9627명으로, 전체 인구(156만9348명)의 14.0%다.

이는 노인인구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를 넘어 14%를 넘을 때 사용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로당에도 서열(?)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나이순만 아니라 경제력 순으로 보이지 않는 서열이 매겨진다는 말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주위 노인들에게 식사를 내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노인들은 눈치를 보거나 잡심부름을 하면서 식객노릇을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노인경제여건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노인계층의 공동체에도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평에 사는 김모씨(70)는 “행복한지를 묻지마소. 지금 살아있는게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쪽은 해외여행, 한쪽은 끼니걱정을 하고 있는 지금의 노인세상. “당신은 진정 행복하십니까.”

◇ 자식에 전부 투자 뒤늦게 후회

김송자(여· 62)

젊은 시절 열심히 노력하고 남부럽지 않게 자식들 키우고 교육 시키면서 나름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보니 중요한 하나를 간과했다. 바로 내 자신이다. 미처 노후준비 하나 못해 놓고 자식들에게 전부 투자한 게 지금 와서 조금 후회될 줄 몰랐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마땅한 수입하나 없고 자식들에게도 기대기 어려워 그저 하루하루 지내는 느낌이다.

그동간 바쁘게 살아온 만큼 앞으로는 별다른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특별한 욕심도 없다. 그저 생활이 가능할 만한 수입의 조그마한 가게를 차려 내 맘대로 꾸미기도 하고 단골들과 수다도 떨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 퇴직후 삶 편안함 반 불안감 반

유문웅(남· 64)

이게 행복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편안함 반 불안함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30년 가까이 말 그대로 치열하게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로움에 미소가 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뭔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함도 밀려올 때가 많아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당분간은 쉬고 싶다. 그동안 못해 본 여행도 하고 가족과의 시간도 갖고 싶다. 하지만 차차 생각을 정리해 멀지 않은 시간에는 뭔가 소득이 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업 생각도 있지만 잘 할 수 있나 하는 걱정도 앞서고 마냥 쉬기엔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모아 놓은 돈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 행복한 삶 그저 건강했으면…

장영운(남·71)

은퇴하고 아내와 둘이서만 시골에 내려와 있다. 수입이라고는 연금 몇 푼, 자녀들이 보내주는 용돈, 은퇴자금으로 구입한 아파트의 월세금 정도다.

집 밖에 나가 하는 것이라곤 아내 손을 붙잡고 함께 병원에 다니는 정도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고, 각자 가정을 꾸린 자녀들은 이제 명절에나 만날 수 있다.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해 본 지는 오래된 것 같다. 다만 나와 아내, 주변 사람들이 하루하루 탈 없이 지내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정도다.

매일같이 병원을 찾다보니 가장 절실하고 그리운 것은 건강했던 시절이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노약해지는 것이겠지만 이 곳 저 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괴롭다. 약을 처방받고 치료를 받아도 그 때 뿐이다. 술·담배도 하지 않고 건강엔 자신있다 생각했는데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소원 하나를 이루어준다면 재물이나 명예보다도 건강을 말하고 싶다.

◇ 교단 떠나 봉사로 제2인생 행복

윤홍열(남·63)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지금도 행복한 일들이 많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교단을 내려오고 이제는 학교 밖에서 내 몫을 나누며 살고 있다. 일일 강사로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만나기도 하고,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가 재롱을 부리기도 한다. 특별한 수익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 보람만큼은 교직에 있을때만큼 가득하다.

노후를 대비한 제2의 인생설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 하루하루 남들과 어울리며 의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하다기 보다는 내가 찾아가고 있는 시설·단체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 지역의 유력인사도, 봉사단체도, 대학생들도 때가 되면 복지시설 등을 찾아와 물품을 기증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꾸준히 도움을 주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특히 나처럼 은퇴한 사람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도움을 원하는 기관을 찾아가거나 직접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화두인 ‘복지’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나눔을 주고 받는 것이 복지의 시작이다. 우리 세대가 은퇴 후 삶을 좀 더 보람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 가족과 시간… 인생의 참맛 느껴

한용구(남·64)

행정공무원으로 28년간 근무할 때는 일에 열중하면서 가족 간의 사랑, 건강의 소중함을 몰랐다. 퇴직하고 나서야 인생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 부인과 함께 매일 산에 오르면서 더 젊어지는 것 같다. 보채는 손주들을 달래느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행복하다.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어 주택연금에 가입한 덕에 매달 생활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내년에는 부인과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벌써 설렌다. 그동안 부인과 자식들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듬뿍 주면서 살아갈 것이다.


◇ 고등학생 막내 생각에 눈앞 캄캄

김경자(여·63)

노후설계의 소중함을 퇴직 후에 절실히 깨달았다. 늦둥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돈 들어갈 일이 많다.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로 쓰다 보니 힘겨운 게 사실이다.

퇴직 전 주위에서 노후대비를 해야 한다고 많은 조언을 했지만 한 귀로 흘린 게 지금 와서 너무 후회된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을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