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잡힌 청춘들
저당 잡힌 청춘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8.1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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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청춘을 저당 잡힌 대학생들이 많다. 빚 상환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미래가 ‘빚쟁이’인 청춘들이 많다. 그야말로 청춘유감이다.

대학생의 빚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전국 16개 시·도 대학생 5000명을 개별 면접 조사한 ‘대학생 대출 현황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대학생 5명 중 1명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연 20~30%에 육박하는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조사에서 대학생의 월평균 수입은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합쳐 47만원에 불과하다. 부모의 지원이 없다면 한 학기 최대 400만~500만원인 등록금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여기에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교통비 등을 충당하려면 한 달 지출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조사결과 대학생의 월평균 지출은 112만4000원이다. 등록금(53만7000원)과 식비(14만5000원) 비중이 가장 크다. 패션관련 비용(8만1000원)도 적지 않다. 대학생의 83.6%는 부모의 지원으로 등록금을 낸다. 나머지 16.4%는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해야 한다. 이들은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래도 충당이 안될 경우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대학생의 20.4%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거나 현재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5명 가운데 1명꼴로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빚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 이런 고금리 대출을 쓰는 대학생의 37.8%는 “부모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는 학비 조달이 힘들다.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여서 그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젊은이들이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여도 결과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 맞추느냐에 따라 10년 후의 미래가 좌우되는데 ‘빚’을 갚느라 청춘을 허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맞닥뜨려야 할 절망감은 빚 뿐만이 아니다. 고질적인 사회구조도 큰 문제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 아르바이트로 인해 스펙 쌓을 시간도 없고 스펙이 없으니 취직도 안돼 결국 아르바이트 인생으로 제자리를 걷고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힘들게 대학을 마치고 사회 진출해 어렵게 빚을 다 갚는다 해도 장차 태어날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 또 다시 채무자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결혼도 자신이 없어진다.

아무리 발을 동동거려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 사정 때문에 빚에 허덕이는 젊은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늘날의 현실이다. 물론 10명 중 약 2명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으로보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어서 국가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일이다.

이 처럼 대학생들이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빚의 수렁에 빠지는 사례가 늘자 정부와 금융권이 연내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을 확대키로 했다. 정부가 빚더미 대학생 구제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젊은 청춘들이 등록금 부담에 허덕이며 소중한 시기에 공부를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비 문제만큼은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국가장학금제도 개선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유형은 성적기준이 높아 일하느라 학점 관리가 어려운 학생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유형은 매칭펀드 방식이어서 대학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다.

때문에 |유형의 성적기준을 완화하고 대학이 선호하는 ∥유형을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학의 등록금 인하를 이끌어내는 방안이다. 빚쟁이 대학생을 없애기 위해 국가가 꼭 해야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 을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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