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육성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의 동상이몽
지역대학 육성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의 동상이몽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8.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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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8월 1일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방안’이 발표되었다. 교육부의 시안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대학정책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대학이 여건과 역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게 하고 있다. 또한 지역과 지역대학을 연계하여 대학의 특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대학 육성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재정지원과 아울러 관련제도 및 법령의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어서 믿음이 간다.

시안대로 시행된다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예전과 달리 재정지원 확대와 제도(법령) 개선 방안을 담고 있어서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가질 만하다.

희망어린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곧 지역대학 육성 정책 성공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돈과 법령이 기대한 바대로 마련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돈은 예산 담당 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법령 마련은 지방대학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가능하다. 국회에서도 교육부의 시안이 발표되기 두 달 전인 지난 6월에 ‘지방대학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지역균형인재육성 특별법’을 놓고 공청회를 가진 바 있다. 법령에 관한 국회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교육부의 지방대학 육성 의지가 무리 없이 관철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역대학 육성 특별법’에는 지역대학에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기업에서 일정 비율의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안이 담겨 있다.

지역대학에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한 방책을 법조문에 명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해 국회의 검토보고서는 지역대학 출신 인재들과 그렇지 못한 응시생들 사이의 형평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어서 사회적 합의 도출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정 비율의 지역대학 출신을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관이나 기업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법령(‘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담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안으로 관련 법령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검토보고서에서 제시한 사회적 합의나 관련 법규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 문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 시안에는 지방대학 육성 기금을 설치하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항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기금은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조항이 아니면 설치할 수 없어서 국가재정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모든 기금은 기재부 장관이 동의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곧 국가 전체 재정의 운영과 연관해서 지방대학 육성 기금 설치의 타당성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재원 마련 절차도 쉽지 않다.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이 같은 문제점을 살펴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역대학 육성방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무슨 일이든 난관을 먼저 살펴보고 난관 돌파 전략을 세워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법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지방대학육성방안이 발표된 이후 각 대학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좀 더 받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대학들끼리 서로 경쟁할 타이밍이 아니다. 전국의 지역대학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재원 확대와 법령 개선에 올인할 시점이다. 잔치가 벌어지지 않으면 먹거리도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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