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2>
궁보무사 <162>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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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같이 구신다면 혀를 깨물고 자결해 버릴거예요"
10. 엎치락뒤치락

"그런데 저랑 한 번 하고난 사람이 슬그머니 한 번 더 하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주성의 아내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어허! 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 없을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들 중에 그런 싸가지 없는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저는."

주성의 아내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뭔가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 보이려는 듯 아랫입술을 질끈 한 번 깨문 뒤 천천히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에 그런 싸가지 없는 짓을 저에게 행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는 발견 즉시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 거예요."

"아, 알았어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요."

"아무렴요. 약속하고 맹세하오니 안심하시고 일단 내려오세요."

강치 일행은 행여나 그녀의 맘이 변할까 두려운지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주성의 아내는 싸늘한 미소를 띠우며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왕에 내친김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다시 말을 이었다.

"부디 여러분들께서는 저를 생선 토막 내듯이 치사하게 다루지는 말아주세요."

"생선토막"

"아니, 갑자기 웬 생선토막이라니요"

난데없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뚱딴지같은 말에 모두 의아한 듯 서로 쳐다보았다.

"이를테면 저 하나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어 생선토막 내듯이 제 머리 가슴 배 다리 등등을 각각 따로따로 맡아가지고 희롱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정말이지 전 이것만큼은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구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여자가 여러 남자들을 받아들이게 되더라도 한 번에 딱 한 남자씩만 상대하도록 해야지, 어떻게 동물처럼 혼자서 여럿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 이건 모욕이에요. 그러니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것 역시 제가 또 혀를 깨물고 죽을만한 사유가 되어요."

"아,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강치 일행은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그녀의 계속 이어지는 생뚱맞은 말에 그저 어이가 없고 기가 찰뿐이었다.

"야! 저 여자 네 본부인 확실히 맞아"

그들 중 어느 누가 피떡이 된 채 끙끙거리고 있는 주성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맞, 맞아요."

"혹시, 첩은 아니고"

"제 본부인이 맞다니까요."

"으음음."

"그것참!"

강치일행은 몹시 이상하고도 께름칙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여자가, 그것도 천하일색 젊은 미녀가 일부러 수고스럽게 내려와가지고 자기들에게 일일이 한사람씩 돌아가며 자진해서 뭐를 대주겠다는 데에 굳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제발 바라건대 저를 너무 변태스럽게 다루지는 마세요. 이를테면 여자로서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한다거나 저랑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걸 무슨 좋은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옆에서 빤히 쳐다보며 낄낄거리는 것 등등. 아무리 남편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가 행하는 일이긴 하지만 저는 자존심 하나 만큼은 무척 센 여자라고요. 만약 이런 식으로 여러분들이 변태같이 구신다면 저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자결해 버릴 거예요."

또다시 주성의 아내가 이들을 무섭게 내려다보며 주의를 주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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