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의 고뇌를 보았습니다
목민관의 고뇌를 보았습니다
  • 이현경 <이화여대 충북학사생>
  • 승인 2013.07.30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이현경 <이화여대 충북학사생>

얼마 전 평소 뵙고 싶던 이시종 충북도지사님을 뵈었습니다. 대학을 서울로 오게 되어 기쁘기도 했지만 등록금이며 생활비 걱정이 컸는데 충북학사는 월 20만원이면 숙식이 해결되고 잘 갖추어진 편의시설에서 마음놓고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저는 선택받은 학생이라 할까요? 특히 부모님은 제가 집에 내려갈 때마다 도지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곤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어떤 분인지 꼭 한번 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7월 23일 저녁 이시종 도지사님께서 충북학사 재사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셨습니다. “600년만에 충청권으로 국가권력이 대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우리 충북은 세종시의 관문이자 배후도시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중공업시대에는 충북이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IT, BT, 쏠라, 바이오산업이 부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충북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부응해 ‘생명과 태양의 땅’을 캐치프레이즈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성공으로 가능성이 증명됐고, 전국 많은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하는 충북 운동’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 지역간, 계층간, 도시와 농촌간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것이 함께하는 충북이다.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과 7월 25일부터 6일간 진행하는 ‘단양에서 영동까지 천리길 충북종단 대장정’이 바로 이런 취지다.”라는 것이 특강의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충북의 미래나 비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지사님 특강을 들으면서 ‘과연, 그렇겠구나’ 하며 충북을 좀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행정고시에 합격하시고 충주시장, 국회의원, 그리고 지금의 도지사까지 공직자로서 성공의 길을 걸어오셨음에도 겸손을 잃지 않으시고 사명감과 지역을 위해 고뇌하시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임명직 충주시장으로 계시던 1990년 수해가 발생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들려주신 경험담을 통해 ‘목민관의 고뇌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지사님은 당시 많은 비로 충주호가 범람할 상황까지 수위가 높아져 주민대피 명령을 내릴지 크게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주민대피령을 내리자니 큰 혼란이 우려됐고, 대피령을 내리지 않자니 자칫 큰 화로 이어질지 몰라 고민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결국 시장직을 내놓을 각오를 하고 한밤중에 대피령을 내렸고, 군인과 경찰의 협조까지 받아 수천명의 주민들을 끌어내다 시피 하여 대피를 마쳤는데 다음날 강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침수가 됐답니다. 자칫 수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공직자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과감한 결단을 함으로써 시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사님은 “대피한 주민들은 집과 농지가 침수돼 걱정했지만, 미안한 얘기지만 난 주민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뇌를 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충북학사 재사생 중에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날의 지사님 특강은 공직자가 되려는 학생들 뿐 아니라 아직 설익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책으로는 배우기 힘든 생생한 가르침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