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문제에 희생양이 된 기성회 수당
반값 등록금 문제에 희생양이 된 기성회 수당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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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돈)은 보다 숭고하고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더 이상 아니다. 돈은 그 자체로 목표이자 권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챙기고자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사람이 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통제한다. 돈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곧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정성스럽게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돈은 사람의 마음과 별개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우리는 바른 마음을 갖고 지극정성으로 일에 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사실 편법을 통해 요령을 피우기보다는 정도를 걸으면서 성심껏 노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이런 통념을 갖고 산다.

이렇게 우리는 상식적 통념과 현실적인 돈의 위력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산다. 곧 명분과 현실의 긴장관계 가운데서 살고 있다. 명분이 없으면 영혼 없는 삶이 되고, 현실을 도외시하는 삶은 공허하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국립대 기성회비가 사회문제가 된지 어언 6년이 다 돼 간다. 정부 재정지원의 한계 때문에 1963년 예전의 문교부 훈령에 의해 대학은 입학금과 수업료 이외에 기성회비를 걷어 왔다. 이 같은 국립대 기성회계가 반값 등록금이 사회 이슈가 된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더니, 급기야는 국립대 교직원들에게 기성회비에서 지급되던 수당을 일방적으로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법적 근거 없이 교육부의 훈령에 따라 회비를 거두는 건 부당하다는 법리적 판단, 기성회비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 기성회계가 국립대학 등록금 인상의 주범이라는 사회적 여론에 등 떠밀려 교육부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직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기성회비 징수의 정당성이 사회적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등록금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13년 대학 정보공시 자료에 보면 국공립대학의 기성회계 전체 예산은 1조 4300억 정도이며,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총액은 559억 정도이다. 약 3.9% 정도의 비중이다.

다시 사립대학의 교비회계 16조 5,600억을 합쳐보면 18조 정도가 된다. 18조에서 559억 이면 0.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교직원들의 수당 삭감으로 인한 등록금 인하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이다. 등록금 인하라는 생색내기에 국립대 교직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조치로 개인이 담당해야 할 금전적 부담은 작지 않다. 개인당 1년에 구백에서 천오백만원 정도의 봉급이 깎인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요즈음 이 정도 액수면 개인이나 가정이 받는 타격은 심각하다. 명분과 현실의 긴장 관계 가운데서 국립대만이 현실적 손해를 감수하라는 교육부의 시책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애초에 기성회비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대학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기성회비 문제는 만만한 국립대 교직원들을 괴롭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대학운영예산을 정부가 떠맡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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