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 폐지 ‘동상이몽’
정당공천제 폐지 ‘동상이몽’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7.28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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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역정가의 이슈가 되고 있다.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함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부터 정당공천제 폐지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렇게되자 각 정당은 정당대로, 출마예상자들은 그들대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이해득실 따지기에 골몰하고 있다.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충북도내 12개 시장·군수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다.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장인 한범덕 청주시장(민주당)은 최근 제천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든 시장·군수가 민주당의 공천제 폐지 당론 확정을 대환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률을 개정, 내년 선거 때 공천 배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명현 제천시장(새누리당)도 지난달 같은 회의 때 정당공천제 폐지에 뜻을 모으고 모두 서명까지 했다면서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정치’를 구현해야 할 지방의회가 여야로 갈리어 정쟁을 일삼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겠다는 속셈이 정당공천제 폐지 환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천제가 폐지되면 정파로 나뉘는 투표 성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오로지 후보의 ‘인물’을 보고 투표하게 되는데, 이런 구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현직이 절대 유리하다는 계산을 적지 않은 현직 시장·군수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을 확실하게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의 경우 낮은 정당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려보겠다는 의도를 짙게 깔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직 자치단체장들이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어야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공천제 폐지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없는 사실이다.

이 처럼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른 ‘동상이몽’이 가시화되면서 벌써부터 폐지 역기능(정당공천제 순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정성 없이 명분에 편승한 일각의 자기합리화가 대의명분을 흔들수 있는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만이라도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일선 지자체의 행정과 의정이 정파에 따라 양분되고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등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정치성이 낮은 지방행정이 정당개입으로 인해 합리성을 상실하면서 비능률을 초래하고 당선 이후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에게 예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폐해 때문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결과로 내년 지방선거부터 폐지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얻어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일각의 진정성 없는 사심에서 비롯된 명분 편승으로 인해 또 다시 정당공천 옹호론자들에게 빌미를 주어서는 안된다. 폐지한다고 해서 문제점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하고 유능한 일꾼들이 쉽게 지역정치에 진입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지방 토호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과거 정당공천이 금지됐던 지방선거 당시 ‘내천’이라는 눈 감고 아웅 하는 모습이 나타났던 경험도 있다.

때문에 정당공천제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면 이제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각 정당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는 과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어렵게 얻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진정성을 잃은 현직 단체장들의 사심으로 물거품이 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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