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가족
사춘기 가족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7.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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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나는 청주에서 일생을 산 토박이다. 물론 지역주의가 나쁜 건 알지만 사람이 나고 자란 곳을 그리워하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아마 누구에게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소개할 도서 ‘사춘기 가족’(오미영 저·한겨레 아이들)을 읽으면서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우리 고장 출신임을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

제목처럼 이 이야기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미아리 백구두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린 전직 여배우 운전기사였던 할아버지, 배우가 되고 싶어서 서울로 식모살이하러 올라왔을 정도로 꿈이 있었던 할머니, 그런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사진가이자 자유롭게 떠도는 영혼을 지닌 아빠, 인생의 가치는 재미라고 믿고 있는 자유로운 소설가 엄마. 그리고 짝사랑하는 초승달 아저씨의 영향을 받아 시를 좋아하는 주인공 단오 등 이 다섯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부모가 먼 시골로 귀촌을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이미 방랑벽이 있는 부모 덕에 여러 번 전학을 다닌 지라 전학이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학 온 학교에는 여자애들끼리 두 개의 파가 있다. 성격 탓에 어디로든 들어가기 싫었던 단오는 깍두기 생활을 하게 된다. 깍두기로 그럭저럭 지내던 단오였지만 단오의 짝 마루를 좋아하는 혜민이와 갈등이 생겨 단오는 결국 따돌림을 당한다. 마루는 따돌림을 받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단오가 못마땅하다.

단오는 왕따를 당하면서도 손수건 질끈 물며 잘 참아낸다. 학교에서 이렇게 말썽이 많으면 집이라도 좀 잠잠해야 하건만 집에서는 할아버지가 치매 때문에 웃통 벗고 집을 뛰쳐나가고, 아빠가 사진이 잘 안 된다며 카메라 들고 가출하시고, 엄마는 아빠가 정작 힘들 때 가출한다며 징징대며 힘들어하시다가 결국 친구 집으로 가출하시고, 할머니는 손녀딸인 단오를 토닥이며 이런 가족을 지키고 감싸 안는다.

할머니는 힘들고 꿈이 있는데도, 다른 가족을 위해 살며 꿈을 갖고 이뤄가는 가족을 응원한다. 단오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치여서 힘들어하는데 가족들은 섬세한 소녀의 마음을 너무도 몰라준다. 그냥 사춘기려니 하고 넘길 뿐.

이 책은 단오와 단오 가족, 단오 친구들의 이야기로 어찌 보면 널려 있는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 한 사람만이 아니라 전 등장인물 모두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단오만한 딸이 있는데도 소녀 같은 엄마의 이야기가 나에게 너무 와 닿았고, 엄마와 할머니의 고부갈등도 다른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는 모습이 너무나 훈훈했다는 점이 색다르다. 이런 동화는 보통은 주인공 한 사람에게 치우치기 쉬운 이야기였을텐데 단오 가족과 친구들의 갈등까지 모자람 없이, 넘침 없이 잘 어우러진 이야기여서 어느 세대가 읽어도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이 정말 좋았다.

단오의 귀여운 시와, 정감 있는 삽화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의 인용구도 이 책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리라.

아동문학인데도 어른인 내가 봐도 유치하지 않고 가족 이야기인데도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았다. 게다가 너무나 재미있고, 마지막으로 가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오미경 작가님, 이 사춘기 가족의 후속편 안 쓰시려나” 오는 9월27~28일 이틀간 충북중앙도서관에서 북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 자리에 오미경 작가도 온다고 하니 책 들고 가서 사인 받아보며 졸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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