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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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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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농업인들은 왜 반대하는가
서 규 용 <한국농어민신문사장/전 농림부 차관>

우리나라 농업은 산업의 뿌리요, 근본이다. 예부터 내려온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현대에는 맞지 않은 것인가.

최근 농업인의 부채는 늘어가고 수입농산물 때문에 국산농산물 가격은 떨어져 문화, 교육비는커녕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 농업인들은 절망과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세계화시대에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한·미 FTA를 체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 농업인은 왜 결사반대하고 있는가. 농업을 일반 산업측면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농업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 경제를 한 사람들은 "농산물을 수급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농산물가격을 안정시키는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리농업과 농산물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선 공산품과 농산물을 비교해 보면 공산품은 수요공급이 탄력적이나 농산물은 비탄력적이다. TV나 자동차 등 공산품은 사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사도 되지만 음식은 매일 먹어야 산다. 농산물은 싸다고 많이 먹고, 가격이 비싸다고 안먹을 수 없는 것이다. 기계를 더 설치하면 공산품 증산이 가능하지만 농산물은 아무 때나 생산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농산물은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고, 저장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반면 공산품은 오래 저장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래서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농산물의 생산에는 350만 농업인, 즉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수급관리가 어려워 과잉생산을 초래하곤 한다. 이러한 농산물의 특성 때문에 10% 과잉되면 10%만 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40~50%나 값이 떨어져서 생산한 농업인이 고통을 받게된다.

더구나 농산물 생산비에는 토지자본이자(즉 땅값이자)가 50%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줄이기 위하여 땅값이 싼 미국의 농지를 수입해서 우리농산물을 생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우리농업의 어려움 때문에 한국산 쌀은 중국산 보다 5배, 고추는 8배, 마늘은 9배이상 비싸서 우리 농업·농촌이 어렵고 농업인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농업인들은 정부가 당초 선대책후협상이란 통상정책 기조를 내세우면서도 한·미 FTA체결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와 이에 따른 보완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만일 노동자가 월급이 50%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파업은 물론 거센 노사갈등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FTA로 농업인의 소득이 50% 감소한다면 이를 참고 견딜 농업인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한·미 FTA의 추진을 적극 학술적으로 변호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도 한·미 FTA 추진에 따른 무역수지가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늘어 단기적으로 연간 42억달러, 중장기적으로 연간 51억달러의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보면 수출증가보다는 수입증가와 농업붕괴의 악영향이 더 심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정부 당국자나 도시소비자들이 우리 농업·농촌을 깊이 인식하고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한·미FTA추진정책은 우리 농업인의 이해와 찬성이 없으면 곤란하다.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농업인들이 결사반대하는 이유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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