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막힐 노릇입니다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7.22 0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 공부 잘하고 착했던 녀석이 왜 어두운 바닷속에 누워 있느냐면서 밤 바다에 어이없이 가라앉은 아들을 처절하게 부르는 어머니. 다른 한 켠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자녀의 죽음을 확인한 부모가 싸늘한 시신을 어루만지며 울부짖는 아버지. 한줄기 희망을 품고 뜬눈으로 밤샘 수색작업을 지켜보다 막상 시신이 인양되자 가슴을 치며 오열하는 가족들.

왜 어제 찾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찾았느냐는 하릴없는 눈물의 하소연, 다리의 힘이 풀린 나머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 이대로는 절대 못보낸다며 꿈 많던 내 아들을 돌려달라고 절규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태안의 그 바닷가 사고현장은 가족들도, 수색대원들도, 지켜보는 주민들도 모두가 비탄에 젖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언론은 사고현장을 스케치 했다.

◇ 또 다른 언론은 파도가 삼킨 학우들을 뒤로하고 황망히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과 부모들의 상봉, 침울한 그 현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태안 사설 훈련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태운 버스 6대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을 기다리던 부모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새카만 바다에서 살아돌아온 열여덟살 아이들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밤새 속을 태웠을 그 부모들은 버스 창문 사이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딸아이를 말없이 안아주는 아버지. 아들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급한마음에 버스 창문을 통해 아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안도해 하는 어머니. 말이 없는 아이들, 아무 말을 못하고 부모의 품에 파고 드는 아이들. 서로가 그 이유를 알기에 굳이 묻지 않는 그들. 이제 겨우 열여덟살인 이 아이들에게 누가 이렇게 속울음을 울게 했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본을 외면하는 어른들이 꽃도 피어보지 못한 열여덟살 청춘들의 생떼같은 목숨을 앗아버린 것이 아닌가. 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또 얼마나 큰 상처와 애통함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번 태안 사고도 기본을 외면한데서 비롯됐다. 경위를 들여다보면 말문이 막힌다.

문제의 훈련 캠프가 차려진 곳의 앞바다는 물살이 거세 수영을 못하도록 해양 경찰이 계도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 청소년 캠프가 설치됐다는 것은 위험을 자초한 것이다. 또 학생들이 이 처럼 위험한 바다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채 가슴 깊이까지 들어가도록 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그럼에도 구명조끼만 착용했었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이와함께 문제의 훈련 캠프에 안전관리 요원과 비상구조선이 부족하고 일부 교관이 아르바이트생이었다는 점도 비상시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며칠전에도 그랬다. 폭우로 수위가 상승하는 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도록 했다가 근로자 7명의 목숨을 빼앗은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역시 아주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외면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결국 기본을 외면하는 얼빠진 한심한 인간들이 재앙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국민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정부 의지에 맞춰 충남도도 충남지방경찰청, 충남도교육청, 육군 제32사단, 태안해양경찰서 등 도내 24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8일 ‘안전한 충남’을 선포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충남 태안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정부의 외침도, 충남도의 취지도 무색하게 됐다.

안행부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안전문화 실천 범국민운동’도, 충남도의 ‘안전한 충남’실현도 기본을 지키는 국민적 인식이 형성될때 가능하다. 그래야만 안전불감증이 빚는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다. 기본을 지키고, 지키도록 하는 범국민운동이 먼저인것 같다. 참으로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으로 삶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떠난 그들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