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여울목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7.17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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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김선우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물은 슬쩍 제 몸을 휘네
튕겨오르는 물방울,

돌의 이마 붉어지네 물 주름지네
주름 위에 주름이 겹쳐지면서
아하, 저 물소리
내 몸에서 나던 바로 그 소리

나 그대에게 기울어가는 것은
뼛속까지 몽땅 휘어지는 일이었네

※ 무심천 다리 난간에 앉아 있으면 물의 뼈를 볼 수 있습니다. 갈비뼈를 훑어내리듯 일렁이는 물의 표면. 그 아래에는 뼈의 근간이 되는 크고 작은 돌들이 모여있습니다. 높이와 넓이의 차로 때때로 물 주름을 만들기도 하고, 멋지게 튕겨져 올라 물의 화음도 선사합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것은 서로가 오래도록 서로가 되어주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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