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버들나무, 쥐똥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더불어 살아가며 영혼을 살찌우다
왕버들나무, 쥐똥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더불어 살아가며 영혼을 살찌우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7.16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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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시인 다섯번째 시집
‘왕버들나무 고아원’ 출간

비타민 A,B,C 등 6부 구성

충북 영동군 학산면 봉림리 미촌마을 어귀 왕버들나무에는 종류가 다른 어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함께 살고 있다. 누가 옮겨 심은 것도 아닌데 이백 오십 살 된 왕버들나무, 오목하게 팬 몸통 한구석에 잎과 꽃 모양이 전혀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해서 현재는 산벚나무, 쥐똥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 이스라지, 올괴불나무, 산뽕나무, 팽나무, 산사나무 등 여덟 가지 나무들이 한 살림을 차리고 풀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데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도란도란 거리는 소리가 꼭 산들바람 소리처럼, 시냇물 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나무들의 몸집이 커질 때마다 왕버들나무는 생채기 나는 아픔에 용틀임을 하면서도 밤마다 제 몸을 살포시 찢어주며 살 틈바구니에다 자라나는 나무들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한다. 어떤 사람은 늘그막에 외로운 왕버들나무가 어린 나무들을 입양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왕버들나무가 고아원 하나를 차렸다고 하면서 수근거리며 지나들 가지만 왕버들나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저 므흣한 표정이다. 이제는 왕버들나무 품속으로 다람쥐들도 찾아오고 새들도 날아오고 왕버들나무 한그루가 지나는 사람들 마음까지 제 품에 안아주는 넉넉한 숲이 되었다.

- 시 왕버들나무 고아원 전문

허문영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왕버들나무 고아원’을 출간했다. 비타민 시집이란 이름을 붙인 시편들은 6부로 구성해 상큼함을 전해준다. 제1부는 비타민A- 마음의 눈을 밝게 하는 시여!, 제2부 비타민B Complex - 영혼의 신진대사를 돕는 시여!, 제3부 비타민C - 만병의 근심을 ‘디톡스’ 하는 시여!, 제4부 비타민D - 생각의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시여!, 제5부 비타민E - 소통의 피돌기를 원활하게 하는 시여!, 제6부 비타민K - 그리움의 출혈을 응고시키는 시여!이다.

허 시인은 “시어 하나를 되새김질하며 첫사랑을 기억하고, 시 한 행으로 무한한 시간을 더듬는다” 며 “비타민들은 몸안에서 생기지 않는다 외부로부터 꼭 섭취해야만 한다. 시는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비타민이다”고 시집을 소개했다.

임동윤씨는 “그는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빚어지는 현상을 조응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그는 만나는 대상마다 나름대로의 숨결을 불어넣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고 평했다.

공광규 시인은 “시집을 읽어가는 동안 왕버들나무의 푸른 심상과 배롱나무꽃의 붉은 심상은 곳곳에서 다른 형식으로 대립 충돌하면서 시집을 풍요롭게 수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문영 시인은 1989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가 안고 있는 것은 깊은 새벽에 뜬 별’, ‘고슴도치 사랑’, ‘불속의 거울’, ‘사랑하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습니다’와 에세이집 ‘네 곁에 내가 있다’가 있다. 춘천문인협회장 역임, 표현시동인, A4시 동인, 수향시낭송회,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강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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