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대학의 이기주의는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대학의 이기주의는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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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교육부가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지역대학만이 아니라, 지역의 여러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대학 육성의 노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 지역대학과 지역대학 사이의 예산을 둘러싼 알력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이 있다. 계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성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대학 육성 계획도 대학들이 합심하여 현실화해야만 효용가치가 생긴다. 일의 성사를 위해서는 돈과 사람이 필수적이며, 특히 돈은 사업 성사의 핵심이다. 때문에 대학들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다.

예산편성 시즌이 되면 기관의 장들은 중앙 정부의 예산 담당부서를 부지런히 드나든다. 한푼이라도 더 받아서 자신이 운영하는 기관의 살림에 보태기 위해서이다.

기관장이 지역민이나 구성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하다.

수백 조에 달하는 정부 예산과 비교할 때 하나의 기관이 필요로 하는 예산 규모는 매우 미미하다. 비록 작은 규모지만, 열심히 뛰어서 이 예산을 확보하면 기관의 사업은 날개를 달게 된다. 기관장들이 기관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예산실을 부지런히 드나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같은 직종의 기관장들끼리 정해진 파이의 예산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기관이 더 많이 가져간다면 빈손으로 돌아가는 기관도 생길 수 있다.

동종의 기관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산을 놓고 형제들끼리 송사를 벌이는 것처럼 동종업계의 기관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상호 경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타까운 것은 일정액의 돈을 놓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예산 관리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산관리자와 기관의 장들 사이에는 지배-예속의 관계가 형성되고, 동종기관 사이에는 갈등과 긴장관계가 조성된다.

지역대학 육성 사업을 놓고 대학들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왜 지역대학에만 예산을 투입하느냐고 불만이고, 지역 대학들은 특정 대학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불만들은 지역대학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업 자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이 같은 불만 때문에 지역대학 육성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상호약탈식의 경쟁을 가져오는 개별 대학의 이기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고등교육을 위한 정부의 예산규모를 키우는 일에 대학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지역의 대학들은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지원금을 같은 지역의 다른 대학보다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우리 지역의 대학들이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 협력해야 할 때이다.

지역의 대학들이 각자가 가진 기능을 제대로 살려낼 수 있는 지역대학 연합을 구성하여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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