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신건강증진법이 되려면…
진정한 정신건강증진법이 되려면…
  • 김성회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교육학 박사·전
  • 승인 2013.07.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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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성회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교육학 박사·전 한국상담학회 회장>

보건복지부는 20일부로『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정신건강증진법)』을 입법 예고하고 하였다. 그 배경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범위의 축소, 보험가입 차별금지,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일견 현재 국민의 권익을 강화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유익한 법안으로 보인다. 명칭부터가 기존의 질환위주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 개정법률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구속할 우려가 있다. 국민은 자신의 개인적 정보-신체적 정보 및 심리적, 그리고 의학적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법률안은 정신건강 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할 것을 법으로 규정하여, 개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자신의 의료적 정신적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둘째, 이 개정법률안은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명상 등을 통한 개인적 수양은 물론, 전문적 심리상담과 치료를 통하여 자신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할 수 있으며, 다양한 체험 과정을 통하여 인성 함양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정법률안에 의하면 정신건강증진센터를 통해서 모든 정신건강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통제하고 있다(개정안 제 3 조, 3항, 제 17 조). 이는 현재 공개, 공유, 소통,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궤를 달리하고 있다.

셋째, 이 개정법률안은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을 혼용하고 있어 모든 국민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간주할 위험성이 있다. 왜냐하면 정신질환은 교정, 치료하기 위한 것과 정신건강을 증진하는 것으로 그 범위와 대상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정신질환이라는 질병 중심의 시각으로 정신건강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나 학습문제 등 흔히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을 때, 현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모든 정신적 문제를 정신질환의 연속선으로 간주하는 의료 전문가만이 합법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전 세계는 예방적 정신건강을 강조하고,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여 더 나은 정신건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심리상담 서비스, 교육기관의 프로그램,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합하여 운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등하게 참여하게 하여 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정법률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중심의 정신건강체계 안에 모든 서비스를 일원화하고, 이것이 마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돕기 위해 각 지역 현장에서 다수의 상담전문인력이 상담과 교육 등의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개정법률안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상담전문가들을 배제하고 정신건강증진 요원을 구성하였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담전문가들의 부재는 정책의 비효율성을 예측하게 할 뿐 아니라, 현장 상담자들의 일할 기회를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개정안의 상정에 앞서 이런 점을 제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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