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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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자율성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러나 사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은 사회적 요구와 도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율성과 사회적 요구.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치 사이에서 대학은 고뇌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부 대학은 이른바 경쟁력 없는 인문학 계통 및 기초 분야의 학과나 전공을 없애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는 국문학과를 없앤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대학이 사회적 요구와의 불합치(mismatch)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최근 일부 대학에서 드러난 인문학과 기초학문 경시풍조는 안타깝게도 사회변화를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곧 기업이나 정부, 사회에서 대학에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학 졸업생의 1차적 사용자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채용문화 변화를 살펴보자. ‘업무능력은 키울 수 있지만 인성은 바꿀 수 없다’는 기업 인사 담당자의 말은 최근 기업의 채용문화를 잘 요약하고 있다. 대학의 보직을 맡아 일할 때, 대기업, 공기업, 정부기관,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 200여 명에게 인재가 갖춰야 할 최우선의 덕목을 물어본 적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전공이나 스펙이 아니라 인성(人性)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인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재 채용원칙은 기업의 채용 절차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인성 중심의 신개념 채용 프로그램 ‘The H’를 실시한다. 곧 서류전형과 면접, 선발로 이어지는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주로 인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의 채용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들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일부대학들의 인문학과 기초학문 분야 전공 폐지는 채용문화 변화에 역행하는 ‘제 살 깎아먹기’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살펴보자. 교육부장관은 지난 6월 27일 미래의 대학교육은 과거의 대학교육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엘리트교육에서는 상위 15%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 중심의 교육을 실시했지만, 지금과 같은 고등교육 보편화 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미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소양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원칙에 맞춰서 정부는 앞으로 정부의 취업률 통계에서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을 제외한다고 발표하였다.

대학의 다양한 전공들은 나름대로 특성이 있는데 취업률이라는 통계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최근 심각한 고등교육 왜곡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부대학의 기초 소양 교육 경시 정책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

서울대는 내년 입시부터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는 통합 선발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특정 교과 편중 학습이 전인교육을 저해하고 기초 교육능력 함양을 방해하기 때문에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고 뽑겠다는 것이다. 융합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적 사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소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교육을 바꾸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제 대학도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근시안적 대학운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대학운영은 대학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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